김대기 비서실장 “장관 바꾸라는 건 후진적”[이태원 핼러윈 참사]

조미덥·조문희·김윤나영 기자 2022. 11. 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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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정감사…야당 의원들의 책임자 문책 목소리 ‘폄하’
윤희근 경찰청장 “재발방지책 마련이 더 어려운 길” 사퇴 거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8일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건 좀 후진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경질해야 한다는 야당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정부의 부실 대응에 책임 있는 인사의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후진적’이라고 폄하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실장은 “어이가 없다” 등 경찰의 대응 미숙에 책임을 지우는 발언도 반복했다.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책임자 경질 요구에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책임 있는 사람이 물러나는 것이 지금 당장 급한 게 아니다”라며 “청문회 열고 뭐 하고 하면 또 두 달이 흘러가고 행정공백이 생기고 그래서 지금은 사의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가 사의 표명을 했다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그땐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서 장관 바꾸면 다음에 즉시 또 할 수 있었다”고 대응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같은 때를 보면 당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 수습하고 8개월 후에 사퇴했다”고도 했다. 단기간 내에 책임자 경질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실장은 내각 구성원과 대통령실 참모진 중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있냐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 질문에 “없다”, 대통령에게 문책을 건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경찰 조사와 감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을 다 경질하면 어쩌자는 건가”라고도 했다. 두 사람 중 1명만 경질한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김 실장은 참사 책임을 현장 대응으로 돌렸다. 그는 “(참사 당일 오후) 6시 반부터 4시간, 진짜 어이가 없고 이해가 안 된다”며 “이런 사태는 일단 현장 책임자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경찰에 떠넘길 일인가. 똑바른 지휘체계가 안 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용산소방서장은, 손을 떨면서 브리핑하고 한 분이라도 더 구조하고자 CPR 했던 분인데 입건당했다”며 “행안부 장관은 자기 거취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질타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80년 신군부가 광주에서 양민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수백명의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좁은 골목에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김 실장은 “그것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좀 그렇다”고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면책특권 뒤에 악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라며 “양 의원은 공개 사과하고 민주당은 양 의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용산경찰서장이 137명의 현장 경찰병력만 제대로 지휘했어도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장동혁 의원)고 현장 경찰 책임론에 공감하고, “문재인 정부 때 다수 참사에서 누가 책임을 졌나”(한무경 의원)라고 역공을 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총리와 이 장관, 윤 청장은 당장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한 총리는 “책임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이 좀 더 밝혀져야 한다”며 “정치적 책임도 팩트(사실)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책임을 진다는 게 꼭 사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발방지책(마련)이 급선무”라고 했다. 윤 청장도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사퇴보다) 더 어려운 길”이라며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참사에서 총리로서 책임과 권한을 다했느냐”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도 “재난 사고 이후에는 (권한과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미덥·조문희·김윤나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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