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참지 않는 마틸다 큰 울림… 삶의 기준 되돌아봐”

이강은 2022. 11. 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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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서적도 원서로 읽을 만큼 독서광이면서 초능력도 있는 5살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어른들의 부당함에 맞서 부르는 노래 '노티(naughty·똘끼)'의 가사 일부다.

서울 구로구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내년 2월26일까지) 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주인공 마틸다가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부모 학대와 집 못지않게 끔찍한 학교에서 괴물 같은 미스 트런치불 교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주변과 세상을 바꿔나가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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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트런치불 교장役 최재림
부당한 세상과 맞선 소녀 마틸다
불의 보고도 숨죽인 사람들에게
“용기 내서 제 목소리 내라” 메시지
“본인만의 의미 찾을 수 있는 공연
도전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 건네
역할 막론 질리지 않는 배우가 꿈”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 마나 또 그럴 걸/ 쬐끄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쬐끔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 험한 세상 휩쓸리고 휘둘려/ 날 잡아 잡수라고 다 포기하는 것/ 옳지 않아 옳지가 않아”

외국어 서적도 원서로 읽을 만큼 독서광이면서 초능력도 있는 5살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어른들의 부당함에 맞서 부르는 노래 ‘노티(naughty·똘끼)’의 가사 일부다. 서울 구로구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내년 2월26일까지) 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주인공 마틸다가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부모 학대와 집 못지않게 끔찍한 학교에서 괴물 같은 미스 트런치불 교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주변과 세상을 바꿔나가는 얘기다.
아역 배우들이 ‘마틸다’ 주요 넘버 중 하나인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을 부르며 공중 그네를 타고 관객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틸다 역에 캐스팅된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를 비롯해 아역 배우만 20명에 달한다. 그렇다고 어린이 뮤지컬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모와 트런치불 교장이 못된 짓을 할 때마다 “옳지 않아요”라고 쏘아붙이며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마틸다의 목소리 때문이다. 이는 사회의 다양한 지배구조에서 어린이든 어른이든 불의를 보고서도 약자로 숨죽이며 사는 사람들에게 ‘꾹꾹 참는 대신 용기를 조금만 내서 제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하는 메시지다. 어른 관객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지난 6일 임하윤과 최재림(37)이 각각 마틸다와 트런치불 교장으로 나온 공연에도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뿐 아니라 다른 어른 관객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2018년 국내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마틸다’는 영국의 명문 극단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아동 문학 거장 로알드 달(1916∼199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2011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 베스트 뮤지컬상 등 올리비에상 7개 부문을,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극본상 등 토니상 4개 부문을 휩쓸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동화 속 같은 환상적인 무대와 아역·성인 배우가 객석까지 날아오르는 공중그네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은 비결이다.

초연에 이어 다시 트런치불 교장 역을 맡은 최재림은 뮤지컬 ‘마틸다’의 매력에 대해 “무엇인가 도전하는 게 두려운 상황에 있거나 살아가면서 스스로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에게 마틸다의 정신과 용기를 조금씩 나눠 갖도록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작품)이고, 보는 사람마다 각자만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공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4년 전 초연에 이어 다시 ‘마틸다’에서 악역 미스 트런치불 교장을 맡은 최재림의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한창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최재림은 ‘마틸다’에 출연하면서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바꾸기 위한 행동에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만한 관용의 태도를 갖기로 했어요. 아울러 ‘나만의 기준을 지키자’고요. 그 기준은 단순합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이기적이지 않고, 맡은바 최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트런치불 역에 대한 애정도 듬뿍 내비쳤다. “트런치불의 매력은 배우 역량만 받쳐주면 시도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입니다. 특수성이 강한 캐릭터라 쉽게 만날 수 없어서 연기적 욕심을 자극하는 역할이에요. 나쁜 인물인데 사랑스러워 보이는 오묘한 캐릭터 같습니다.”(웃음)

얼마 전 방송 드라마에도 데뷔한 최재림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무대와 매체를 막론하고) 활동 영역이 넓어져 어떤 배역을 맡든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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