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빨아들이면 어쩌려고”…한전채 발행 10배 확대 추진 논란
목표치 2배 몰려 규모 늘리기도
與, 한전채 한도 10배 확대 논란
목표치 2배 몰려 규모 늘리기도
與, 한전채 한도 10배 확대 논란
신한은행이 이른바 캥거루본드(호주달러 표시채권)를 4억호주달러(약 36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상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기업 발행 외화채권(한국물)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8일 신한은행은 당초 3억호주달러 규모 캥거루본드 발행을 목표로 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예정 규모의 2.17배인 6억5000만호주달러에 달하는 사전 수요가 확보되며 발행 규모를 1억호주달러 증액했다. 발행금리는 3개월물 호주달러 스와프금리에 1.9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최초 3개월 적용금리는 연 5.01%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한때 행사하지 않기로 하며 외화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됐던 상황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투자자를 설득하고 악조건을 무릅써서라도 반드시 발행에 성공해오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역시 국내 금융사의 외화 조달 성공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한국전력채권(한전채) 발행한도를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최고 신용등급(AAA)의 한전채는 은행채와 함께 채권시장의 자금 블랙홀이 되어 자금시장 교란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현재 국회엔 한전법 개정안 3건이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에선 성일종 의장과 구자근 의원이 각각 5배, 10배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정호 의원이 8배 확대를 핵심으로한 법안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한전채 발행규모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은행권 대출로 한전 조달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내년 상반기 발행이 여전히 많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한전채 발행 계획이 바뀌지 않는 이상 채권시장을 짓누르는 공사채 수급 부담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악 경영난을 겪는 한국전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까지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적자가 쌓이면서 그동안 회사채(한전채)를 발행해 전력구매대금 등으로 사용해왔지만, 최근 들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않자 은행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정부도 한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년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초 주요 은행을 상대로 운영자금 차입금융기관 선정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대출받기 전 은행별 이율을 따져보기 위한 조치다. 한전이 은행 대출을 택한 배경은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채 유찰 건수는 이달에만 3차례에 달했다.
특히 올해 초 2%대이던 한전채 금리가 최근 6% 가까이 치솟은 점도 영향을 줬다. 사실상 은행 대출 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채권 발행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가로 한전채를 발행할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한전법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인 91조8000억원이다. 현재 누적 발행액은 64조7000억원로 70% 이상 찼다.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내면 발행한도는 크게 줄어 누적 발행액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발행한도를 늘리려면 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최대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10배’로 늘리는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날 류성걸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대응으로 채권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정안 상정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 기준연료비를 1㎾h(킬로와트시)당 40~50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인상분(9.8원)보다 최대 5배 많은 규모다. 다만 국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여러 차례에 나눠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가 불안한 채권시장의 투자 심리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조~3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로는 (한전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가스가격 하락 없인 한전채 발행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전채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23조9000억원(장기채 기준)어치가 신규 발행됐다. 이는 전체 공사채 신규 발행액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한편 이날 발행한 한전채 입찰은 2년 만기 5.99%에 2700억(4000억원 응찰), 3년 만기 5.99%에 300억원(300억원 응찰)로 결정됐다. 2년물 입찰 규모는 컸지만 6% 금리를 넘기지 않기 위해 2700억원 선에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 3년물의 경우 애초 1500억원 발행을 추진했지만 장기물을 기피하는 투자 심리가 겹쳐 입찰 자체가 300억원에 그쳤다.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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