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감] 김은혜·강승규, '이태원 참사' 질의 중 '웃기고 있네'

허주열 2022. 11.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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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강승규 "'사적 대화'로 국감과 무관"
민주당 의원들 "거짓말의 여왕, 계속 거짓말"

김은혜 홍보수석(빨간 동그라미)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파란 동그라미)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중 사적인 대화를 '필담'으로 나누면서 야당 의원의 질의 중 '웃기고 있네'라는 글을 썼다가 지운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 중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필담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웃기고 있네'라고 적은 메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야당 의원들이 격분했다.

이데일리는 8일 오후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질의 중 강 수석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는 글자가 적힌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도했다. 곧바로 김 수석은 펜으로 '웃기고 있네'라는 글자를 지웠는데, 이 모습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감 도중 이 보도를 확인한 진성준 민주당 의원(운영위 야당 간사)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경악스러운 기사를 봤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의원들 질문과 지적이 이어지는데 배석한 수석들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고 쓴 것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강 수석의 자리에 있는 메모지 같은데, 그렇게 쓰고 뒤에 이어서 김 수석이 그걸 지웠다. (주호영) 위원장님 누군지 밝혀서 퇴장시켜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건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그동안 '이XX들'이라고 대통령이 이야기해도 저희가 사과도 못 받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국감 자리에서 아까도 분명 위원장께서 이수진 의원 지적을 수용해서 국감 중 (대통령실 참모들이) 실실 쪼개고, 비웃는 모습을 중단하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그 이후에 다시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 이게 진짜 웃기고 있는 자리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또 "위원장께서 먼저 누가 썼는지 자백을 받고, (앞으로) 나와서 왜 이 글을 썼는지 해명을 들으시고, 명백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모욕죄로 고발 조치를 해주시고, 당장 퇴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아까 이수진 의원께 죄송하다고 했는데, 이런 게 또 나와서 저도 상당히 당혹스럽다.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앞서 이수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제가 뒤쪽에 앉아서 배석한 관계자들 답변 태도라든지, 모습을 보고 있다. 저희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감을 하는 건데 나오신 분들이 의원들 질의하고, 답변 듣는 과정에서 비웃듯이 큰 소리로 웃고 있다.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태원 참사가 벌어져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고, 유가족도 힘든 상황인데 저희가 관련 질문할 때 (대통령실 배석 참모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위원장이 경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국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 원내대표)은 대통령실 참모들을 향해 "피감기관의 수감 태도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고, 김 실장도 "주의하겠다"며 "만약 그랬으면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미 한 차례 공개적으로 대통령실 참모들의 국감 태도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주 위원장 주의와 김 실장의 사과도 있었던 만큼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에 민주당 의원들은 격분했다.

주 위원장이 "배석한 사람 중 이 메모를 쓴 분이 있나? 있으면 이야기해 보십시오"라고 말했지만, 곧바로 답하는 이는 없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안 일어날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의원은 "이 자리가 무슨 자린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대신해서 묻는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졌다.

이 사이에 김 수석과 강 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김 수석은 "일단 의원들께 이같은 물의를 빚어서 죄송하다. 그 사안은 강 수석과 제가 다른 사안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안에 적은 거를 혹시나 이렇게 국감에서 의원님이 말한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돼서 제가 지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해명에 '웃기고 있네' 메모가 작성됐을 당시 질의 중이었던 강 의원은 "또 거짓말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김 수석은 "의원님들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오해를 빚어지게 한 것은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단연코 국감 진행 상황과 관련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해명했다.

강 수석도 "사적 대화를 제 메모지를 통해 나누고 지운 것"이라며 "사적으로 어제 일을 갖고 이야기하다 그렇게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강 수석은 '사적 대화 내용을 바로 말해야 오해가 풀릴 텐데 말할 수 있는가'라는 주 위원장 질문에 "사적 대화를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주 위원장은 재차 "공개할 이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의원들 질의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어서 오해를 받는데, 자세히는 말하지 않더라도 (해명이) 설득력이 있어야 의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게 해명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강 수석은 "사적 대화", "어제 나눈 대화 해프닝"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 진성준 의원은 "강 수석과 김 수석은 단순한 국감 배석자가 아니고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이라며 "국회의원의 국감 질의 중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웃기고 있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덕대나? 둘이 어떤 해프닝이 있었는지 몰라도 납득이 가게 구체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지적한 대로 국회의원을 모욕한 것이고, 국감을 모욕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 모욕죄, 국감 방해죄로 고발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에 김 실장은 "두 수석이 아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본다"며 "아까 그 상황은 '웃기고 있네'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참 저도 난감하네요"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의원 발언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고, 그것이 아니고 본인들 해명대로 사적인 대화라고 해도 국감장 태도는 아닌 거로 보여진다"며 "우선 엄중히 경고하고, 이후 조치는 양당 간사가 협의할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강득구 의원은 "'거짓말의 여왕' 김 수석,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언론사 기자가 그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확인해 드릴 수도 있다. 또 '웃기고 있네'라는 표현은 그 대상이 있다는 것"이라며 "김은혜 거짓말 여왕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 위원장이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밝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수진 의원은 "'웃기고 있네' 글쓰기 전에 제가 이미 위원장께 의사진행 발언으로 주의를 촉구했다. 그냥 웃는 것도 아니고 제가 끝에 앉아서 배석한 분 태도를 계속 보는데 의원 질의 중 소리를 내서 웃었고,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태도가 안 좋다고 위원장이 지적했고, 김 실장도 사과를 한 이후 큰 소리로 못 웃으니 이렇게 의원 질의 중 똑같은 태도로 글로 남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김 수석, 강 수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가슴이 절절하게 아파 죽겠는데 '웃기고 있네'라고 말할 정도로 재밌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이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고, 대통령이 이런 분들과 일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분노했다.

계속되는 민주당 의원들 항의에 주 위원장은 "국감 중 사실관계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해명을 들은 상태인데 추후 어떻게 할지 간사들이 협의해주시기 바란다"며 "원만한 회의 진행과 저녁 식사를 위해 잠시 감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된 대통령실 국감은 오후 8시 30분 속개될 예정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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