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도 안 팔려요...50% 올랐다 두달 만에 제자리 온 애플수혜주
불과 한두달 전까지 혼란한 증시의 피난처로 여겨졌던 아이폰 수혜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출시된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4의 판매량이 예상치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달 말 29만6500원에서 이날 29만3000원까지 1.35%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4.57% 오른 것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표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로, 애플향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아이폰 수혜주로 꼽힌다.
LG이노텍의 주가는 그동안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3300선을 찍은 뒤 3000선까지 밀리는 와중에도 LG이노텍은 99.45%나 올랐다. 주가가 거의 2배가 된 셈이다. 올해 3월에는 41만45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8개월여 동안 주가는 29.3%나 하락했다.
또다른 아이폰 수혜주인 비에이치의 주가 흐름도 비슷하다. 비에이치는 애플에 연성회로기판(FPCB)를 공급하고 있는데 점유율이 80% 수준으로 사실상 독점 수준이다.
비에이치는 지난해 말 2만3200원이던 주가가 지난 9월 중순 3만3900원으로 46.1%나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2만4000원선으로 단 두달여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아이폰 수혜주의 부진은 지난달 초에 출시된 아이폰14의 판매량이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2는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고 중화권 업체들은 중국 봉쇄의 영향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입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면서 아이폰13은 장기 흥행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14의 판매 호조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럽, 아시아 등에서 판매량이 전작보다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4는 전작과 출시 가격이 동일하지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판매가가 인상됐다. 달러 대비 엔화가 30% 절하된 일본에서는 아이폰 프로맥스 가격이 22% 상승했고 아이폰14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작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내 아이폰 핵심 생산기지인 팍스콘 정저우 공장이 봉쇄되면서 생산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이번 봉쇄에 따른 이달 생산 차질은 약 300만~500만대로, 올해 아이폰14 생산량의 5% 정도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부터는 아이폰 부품의 비수기에 진입하게 되는데 현시점의 상황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수준보다 주문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며 “역대급 판매를 기록한 아이폰 13시리즈의 기저효과 때문에 내년 상반기 아이폰 출하량의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주가에 반영되는 동안 애플과 관련 서플라이체인 주가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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