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시작…반도체·완성차 업계 ‘촉각’

김응열 2022. 11. 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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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 속 공화당 우위…누가 이기든 중국 견제 강화될 듯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1년 밀렸지만…”1년 뒤 낙관 못해”
완성차도 먹구름…”IRA 개정해도 한국 입장 반영 불투명”

[이데일리 신민준·김응열 기자]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완성차 업계가 8일(현지시간) 투표를 시작하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글로벌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對)중국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에 집중하던 미국 정치권이 다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무게를 실으면서 규제 완화 없이 오히려 더 강한 규제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열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6년인 상원 100석 중 35석, 임기 2년 하원 435석 전체, 50개 중 36개 주 주지사, 워싱턴 시장, 46개 주의회 의원, 30개 주 검찰총장 등을 새로 선출한다.

미국 중간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 로드아일랜드주 워릭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 안내판을 지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현재 중간선거의 양상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공화당의 승리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7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0%는 공화당에, 48%는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지지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기류도 읽혔다. ‘중간선거에 투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80%가 투표하겠다고 했고 민주당 지지층은 74% 그렇다고 답했다.

당초 반도체업계에서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안정성을 갖추게 돼 대중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당장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적어져 중국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출범시키면서 장기 통치 기틀을 다졌고 미국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바이든 정부 역시 체제의 안정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양국이 서로 견제하기 보다는 타협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봤다.

그러나 중간선거가 공화당에 유리한 분위기로 흐르면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대중 규제 입법에 제동을 걸 수는 있으나, 공화당에는 중국을 억눌러야 한다는 기조가 짙게 깔려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중 규제에 나서려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서명이 담긴 반도체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강경하게 중국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연구 지원과 생산 보조에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법’은 민주당 주도로 발의돼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했는데, 공화당은 해당 법안에 포함된 ‘미국이 녹색기후기금에 80억달러를 기부한다’는 내용에 반발해 갈등을 빚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생긴 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돈을 제공하는 건데, 공화당은 미국의 돈이 중국을 돕는 데에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공화당이 힘을 가질수록 중국을 억누르기 위한 강력한 법안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이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1년 유예해줬지만, 이게 연장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이번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전기자동차의 보조금 관련 조항 자체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미국 정부의 통상 정책기조에 모두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6일 발간한 ‘미국 중간선거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이미 제정된 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기 위해 양원의 동의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IRA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회원국인 북미 3개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에는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등의 조건도 갖춰야 한다. IRA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국내 완성차기업인 현대차(005380)그룹은 미국에 공장이 없어, 국내에서 제조한 완성차를 미국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이런 탓에 전기차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이 사라져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열린 제30차 통상추진위원회 겸 4차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대책법) 정부합동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4일 미국 재무부에 IRA하위규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친환경차 세액공제 정책의 차별성 완화를 위해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관련 요건 3년 유예 △일부 조립 공정을 북미에서 진행해도 공제요건이 충족되도록 최종 조립 정의 완화 △광물과 부품의 배터리 요건 구체화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등을 요청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자동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내용과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재무부에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공화당이 다수당이 돼 IRA개정을 추진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지는 알 수 없다”며 “공화당은 민주당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한국에 유리하게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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