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주의 수호” 트럼프 “급진좌파 심판”… 2년 뒤 대선 전초전 [美 중간선거]

박영준 2022. 11. 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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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공화 장악 유력… 상원은 초박빙
공화 지지자 “공짜 학비 등 반대”
민주 지지층 “소수자 차별 안 돼”
낙태·이민문제 ‘정책 갈등’ 극심
어느 쪽 이기든 내부 분열 커질 듯
개표 빠른 버지니아 ‘가늠자’ 전망
우편 투표 무효화 소송도 변수로
트럼프 “곧 큰 발표” 출마선언 시사

미국 공화당의 연방 상하 양원 탈환 여부가 주목되는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실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제 및 인플레이션 △민주주의 △낙태 △이민 문제 등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한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의 통합을 위한 정치 축제가 아니라 내부 갈등과 분열을 한층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2024년 대선의 전초전이자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2라운드 성격도 있다. 현재 판세는 하원은 공화당 장악 확실, 상원은 민주·공화 양당의 초접전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을 좌우할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아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상원의 경우 전체 100석(선거는 35석 대상) 중 민주당 44석, 공화당 48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원은 전체 435석 중 민주당 174석, 공화당 227석으로 이미 공화당이 과반(218석)을 확보한 상태다. 영국 BBC 방송은 여론조사 자료와 선거 역학 관계를 토대로 분석한 쿡 정치보고서를 근거로 “전체적으로 볼 때 공화당이 최소 한 석이라도 더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8일 오전 7시 현재 공화당의 다수당 차지 가능성을 하원은 84%, 상원은 59%로 전망했다.

◆“공짜 학비 반대” vs “인종 차별 안 돼”

이날 오전 동부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한 초등학교에 차려진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주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브라이언은 “많은 사람이 휘발유 가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높은 물가는 공화당 승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바이든 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계속 세금을 올리면서 공짜 학비, 공짜 점심, 공짜 통신비를 말한다”면서 “돈을 주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인 로버트는 민주당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가 언제나 그렇듯이 뭐든지 바이든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수요와 공급 문제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바이든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유권자는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분노하고, 아시아계를 포함한 소수자는 공화당 지지자의 인종차별을 기억한다”며 “여성과 소수자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백인 여성은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뉴욕과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 동부지역에서도 범죄가 늘고 있어 걱정”이라며 “미국은 훌륭한 나라이고, 미국이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공화 상하 양원 탈환 여부 주목

2020년 대선에 이어 사실상 재격돌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7일 대조적 행보를 보였다. 지지율이 저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초접전지 대신에 민주당 선호 성향이 강한 동부 메릴랜드주를 찾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격전지 중 하나인 중서부 오하이오주를 방문해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셔츠 소매 걷고… 빨간 넥타이 매고… 미국의 2020년 대선 2라운드이자 2024년 대선 전초전 성격인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사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 유세에서 각각 민주당, 공화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상의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바이든 대통령은 친민주당 성향의 메릴랜드주 보위주립대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선택을, 트레이드 마크이자 공화당 색인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격전지로 분류되는 오하이오주의 밴데일리아 데이턴국제공항에서 정권 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보위·밴데일리아=AFP·AP연합뉴스
양복 상의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바이든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보위주립대 유세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태롭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끼고 있고, 지금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수호하고 선택하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트레이드 마크이자 공화당 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도널드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데이턴 유세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사태를 기록하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권리와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번 선거에서 급진 좌파에게 굴욕적인 질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대선 출마 선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4년 대선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하원 후보 200명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연방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한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간 8일 오후 8시)부터 동부 각 지역에서 시작됐다. 개표 결과는 동부 지역의 경우 이르면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9일 오전 10시)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선거 결과가 가장 빠르게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버지니아주 주도(州都) 리치먼드 외곽에 위치한 7번 선거구는 선거 결과의 첫 번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버지니아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0%포인트를 더 투표했지만 지난해 11월 주지사 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등에 업은 공화당의 글렌 영킨에게 승리를 안겼다.
미국의 선택은… 향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좌우할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앤아버의 사전 현장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제 및 인플레이션·민주주의·낙태·이민 문제 등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한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의 통합을 위한 정치 축제가 아니라 내부 갈등과 분열을 한층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앤아버=AFP연합뉴스
◆선거 결과 확정 지연될 수도

초경합 지역인 조지아주의 경우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2월6일 결선투표를 진행해 상원 장악 정당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화당이 중간선거 접전 지역마다 우편투표와 관련한 소송에 나서면서 승패 확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격전지 최소 3곳에서 공화당이 수천표에 달하는 우편투표 결과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의 선거 관계자를 인용해 무효 처리될 우편투표가 3400장이 넘는다고 전했다. 박빙 승부에서는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는 규모다.

선거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7일 오후 기준 사전투표(우편투표 포함)를 마친 유권자가 4427만명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워싱턴·폴스처치=박영준 특파원,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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