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건강 위험은 혼란요인 제거해도 유의미···“노출 독성평가 시행해야”
지난달 2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식약처에서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공개했다.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여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골자였다.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문제 제기로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의 몸에 유해할 가능성이 알려졌다. 이후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생리통, 생리 양 변화 등 건강피해와 관련성이 있는지 밝히기 위해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조사’를 2018년 말 시작해, 지난해 끝마쳤다.
연구는 단면조사와 패널 조사로 나누어 진행됐다. 단면조사는 생리대의 건강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표본 수인 2만명을 넘긴 2만590명을 대상으로 했고, 야간 근무 등 월경 관련 현상에 영향이 있는 대상은 제외했다. 패널 조사 참여자 2676명은 약 10개월간 월경일지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 단면 조사, 패널 조사 모두에서 생리대 사용과 질 분비물 냄새, 외음부 가려움증 등 건강 영향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패널 조사에서는 생리컵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외음부 통증은 약 3.3배, 외음부 가려움증은 3배, 두통은 1.7배 더 나타났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노출이 10배 증가하면 생리통, 월경 혈색 변화 등 건강 영향은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표를 기준으로 생리통, 월경 혈색 변화는 약 3배, 어지럼증, 외음부 짓무름 등은 2배 정도 더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낮췄다. “VOCs의 추정 노출 수준이 생리통, 생리 혈색 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 발생과 관련한 가능성을 보였다”면서도 “불편 증상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물리적 자극과 개인의 질병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은미 의원과 여성환경연대, 한국환경보건학회는 8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일회용 생리대 건강 영향조사’의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여러 외부요인을 고려해도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정경숙 원주세브란스 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령, 체질량 지수, 우울장애 등 생리 증상과 관련이 있는 잠재적 혼란 요인은 보정한 후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대를 많이 사용할수록 생리대의 피부 보호 물질 때문에 물리적 자극은 줄어들고 화학물질에는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화학물질 노출량이 증가할수록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이 증가한 것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것보다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생리대 안전 사용 지침 만들어 국민에 권고해야”
이날 토론에 패널로 나선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생리대의 ‘노출 독성 평가’의 구체적인 진행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지난달 낸 보도자료에서 “추가 연구 검토 등 필요한 조치 사항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안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선언만 있고 정확히 언제 어떻게 노출 독성평가를 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이나 계획 세부안은 없다”며 “정부의 말처럼 이번 연구 결과가 생리 관련 증상의 직접적 원인을 확인한 것은 아니라면 약속한 ‘노출 독성평가’ 등 추가 연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용할 때 구체적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생리대 제조사에 총 VOC 발생량을 담배에 혐오사진을 크게 붙이듯 크게 표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일회용 생리대 사용 횟수와 사용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기준이 되도록 생리대 안전사용지침을 만들어 국민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공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노출독성평가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식약처 내에서 충실한 토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아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생리대 사용할수록 화학물질 노출이 많아지고, 불편 증상이 높아진 건 너무 당연한 결과고, 그동안 드러내놓고 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연구를 통해 말한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빠르면 11월 말, 또는 올해 내로 공식적으로 연구 결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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