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이태원 참사 일부 유족들 고립감 호소해...지원책 시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10·29 이태원 참사 일부 유족들이 정부 대응 과정에서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변은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서는 한편, 추후 예상되는 국가배상 소송 및 진상 규명 활동을 위해 참사 관련 증거보전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8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가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민변은 최근 일부 유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피해자들 간에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못한 채 장례 절차 등을 시급히 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참사 직후 유족들은 시신의 신원확인 및 장례 장소 결정 등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였다”라며 “이태원 현장에서 친구가 같이 희생 당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을 구할 곳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과거 세월호 참사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희생자가 된 탓에 유족들이 향후 소송 등 대응을 위한 정보 공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다. 하 사무총장은 “만나 본 유족들은 서로 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가장 원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민변은 일부 유족들로부터 법률 대리를 위임받은 상태다. 조만간 10·29 참사 대응 TF를 정식 발족하고 피해자 법률 지원 활동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정부는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를 사고로 폄하하는 등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측은지심, 공감조차 찾아볼 수 없다”라며 “민변은 희생자들과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필요한 조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의 첫 법률 지원 활동은 참사 현장 CCTV 및 용산경찰서 내부 문서 등 각종 자료 확보를 위한 증거보전 신청이 될 전망이다. 용산경찰서 ‘정보과 내부 문서 삭제 의혹’ 등 현 단계에서 증거 인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향후 진상 규명 및 국가 배상 소송 단계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간담회 참석자들은,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선장과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라며 현 정부의 참사 대응 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나갔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청와대는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현 정부의 대응이 겹치는 것은 단순한 기시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방기했고, 이태원의 청년들은 국가 부작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사전에 예방 조치를 해야 했던 서울시와 용산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민애 변호사는 “핼러윈 축제 참여 인파의 규모가 늘어날 것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라며 “지자체는 재난 예방조치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행안부 장관도 이를 점검 관리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류미진 총경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제외하고 직무유기 혐의만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꼬리 자르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비해 형량이 가벼운 직무유기 혐의 만을 적용하기 위해 ‘류 총경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들이 당시 이태원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성급히 결론짓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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