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만 해놓고 방관’…이전기업에 길을 묻다
[KBS 제주] [앵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제주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임기 내 상장기업 20개 유치·육성을 약속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제다 보니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KBS는 이 물음표를 지워내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연속 기획으로 짚어봅니다.
먼저, 이미 제주로 이전한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급성장 중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이전이 시작된 건 2004년입니다.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제주를 택한 겁니다.
이전에 따라 산자부와 제주도로부터 받은 입지와 투자 보조금은 81억 원, 5년간 세금도 면제 받았습니다.
제주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도 컸습니다.
이전 후 10년간 생산 유발 효과는 천89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천억 원에 이르고, 고용 유발 효과도 2천700여 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뒤 제주 본사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한때 5백 명에 이르던 제주 근무자가 백 명 대로 크게 줄어든 겁니다.
이유가 뭘까.
카카오는 직원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교육과 의료 환경 등 열악한 정주 여건을 들었습니다.
[이재승/카카오 제주협력팀 이사 : "사실 그 기업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들은 좀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정주 여건 개선 측면에서 특별법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에 대해서 한 번 같이 고민을."]
다른 이전기업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2005년 이전해 제주 수출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1호 코스닥 상장사 제주반도체는 직원 절반은 제주에서, 절반은 판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상훈/제주반도체 경영지원실장 : "가장 큰 자산은 인재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오고 싶고 살고 싶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이전해 지난해 제주에서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낸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 네오플도 생활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백무열/네오플 총무팀장 : "제주가 갖고 있는 관광지로서의 이미지, 많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내려오시는데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기존에 계시던 곳보다는 아쉬운 점들이 있거든요."]
제주에서는 7년 전 이전기업 경제 파급효과와 정책 방향을 고민한 상공회의소 보고서가 나온 적 있지만, 연구에만 그치고 이후에는 조사조차 없었습니다.
수도권 기업을 유치만 해놓고 사후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송재호/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 "그동안 중견 기업의 유치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런 기업들이 성숙하고 성장하기 위한 도 차원의 종합적인 행·재정적 지원에서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둘러 보완하고."]
이전 기업이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가 도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자양분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그래픽:조하연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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