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희생자 명단공개 왜 안하냐” 與“죽음마저 희생시키는 비열한 정치”

여야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SNS메시지를 두고 격돌했다. 여당은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 프로필 등을 확보해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이 메시지가 “참사 희생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야당은 왜 희생자 명단 공개를 안 하냐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다그쳤다.

8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연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정부가 왜 참사 희생자들의 위패와 사진도 없이 분향소를 만들고 명단 공개를 안하느냐”며 항의를 쏟아냈다. 김 실장은 “개인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다”고 답변했지만 진의원은 “모두 접촉해봤냐”며 “유족들을 1 대 1로 케어한다더니 제대로 케어하고 있는 것이냐”고 재차 다그쳤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박홍근 원내대표와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인 7일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 의원이 국회에서 메시지를 받은 장면이 국회 사진기자단에 포착됐다. 메시지에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수사 중인 이유로 정부와 서울시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의도적인 은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이미 언론 전체 면을 채웠어야 하는 상황인데 야당이 뭘 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답변이 궁색해진다” “유가족과 접촉하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처벌만큼 시급하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캡처

희생자들을 정쟁에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자 문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에게 문자를 보낸 당직자도 시중에 이런 의견이 있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라며 “저는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당의 전략을 다루는 전략기획위원장이 불가능하단 입장을 밝혔으나 당 원내지도부의 일원인 진성준 의원은 희생자 전체명단을 공개하라고 대통령실을 압박한 것이다.

권성동 “추모가 아니라 음모”
양경숙 “박근혜 세월호서 학생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젊은이들 떼죽음 당하게 해”

여당은 희생자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죽음마저 정쟁의 재료로 소비하려는 민주당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자마자 냉혹하게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다. 계산이 끝나면 슬픔의 감정을 분노의 격정으로 변질시켜 정치투쟁을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보시라. ‘퇴진이 추모다’라는 손피켓이 등장했다”며 “또다시 비극적 죽음을 당파적으로 결박하고 전시하려고 한다”고 맹폭을 퍼부었다. 마지막으로 권 의원은 “이것은 추모가 아니라 음모”라며 “죽음마저 희생시키는 비열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젊은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19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서 광주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 차례 사과했는데도 사과 형식을 문제 삼아 사과가 없었다고 하더니 윤석열 정부가 젊은이들을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며 “우리 국민을 월북몰이 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늦은 사과라도 사과는 커녕 무례한 짓이라는 호통만 들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