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사, 故이힘찬 PD에 사과·재발 방지 약속[종합]

한국프레스센터=안윤지 기자 2022. 11. 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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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한국프레스센터=안윤지 기자]
/사진=SBS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사 측이 고(故) 이힘찬 PD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SBS 자회사 스튜디오S 고(故) 이힘찬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SBS 새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제작총괄로 일했던 이힘찬 PD가 지난 1월 30일 사망했다. 고인은 약 10년간 스튜디오S 소속 PD로 일했으며 '소방서 옆 경찰서' 드라마 촬영 20여일 만에 "모든 게 버겁다"란 말을 남기고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족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및 SBS본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민주노총법률원 등이 대책위원회를 마련, 사망 원인 규명 보고서가 공개됐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유족 대표 이 씨는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아직도 그 날의 슬픔과 일어났던 일들, 행동들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스튜디오S 측도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 조차 잡지 못했던 거 같다"라며 "어찌보면 시간이 흐르길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국 나와 연대해준 모든 분이 회사의 의견도 이끌었고 사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다. 형에 대한 마음을 덜어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유명은 "안타까운 비극이 드라마 현장에서 또 벌어진 게 가슴 아팠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의문을 던졌고 유족과 사측을 만나기 전 대책 모임을 꾸렸다. 당시 이걸론 죽음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SBS와 스튜디오S는 공론 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SBS는 (스튜디오S가)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고 스튜디오S 측은 유족과 만나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우린 공론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49재가 있을 때 동료 분들이 많이 왔다. 그때 같이 슬퍼해주고 많이 풀어야 한다는 의지를 모아줬다. 현장 요구들과 목소리가 있어서 스튜디오S는 공동 조사에 참석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고인의 동료 PD들이 대거 참석해 면담을 진행했다. 김유명은 "보고서는 30명 정도이지만 실제로 만난 건 더 많은 거 같다"라고 전했다.

/사진=스타뉴스
정형택 SBS본부장은 "우리 일터에서 소중한 동료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합원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유가족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 진상 조사위를 거치면서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지만 과중한 업무, 대체적으로 예산 압박과 편성 압박이 사망 원인이었음을 드러나는 과정이 있었다"라며 "유가족 분들이 바랐던 건 일터에서 또 다른 힘찬이가 없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유족의 바람, 고인의 선택으로 말하고자 했던 드라마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조사위에서 고민했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예산 압박을 어떻게 개인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건 가장 기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어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 합의를 기초로 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드라마 제작 가이드를 만들고 강제성 있는 걸 위해 협측과 약속했다. 노동조합은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유족이 바라는 건 고인이 자랑스러워했던 SBS 일터가 노동권이 보장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고인의 동료들이 현장에서 고충이나 어려움을 이유로 좌절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도록 노조 차원으로 제도를 마련하는 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 측은 고인의 사망 날인 1월 30일을 조합원 안전의 날로 제정하겠다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충 처리를 필시 하는 등 고인의 동료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 나아가겠다. 노사간의 협약 형태로 만들어서 구성력 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소방서 옆 경찰서'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 갑작스러운 제작사 측 사과는 '첫 방송을 염두해둔 것이 아니냐'란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대책위 측은 "보고서를 마련하면서 드라마 장시간 노동 문제를 싸워왔다. 그것 뿐만 아니라 드라마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방송국이란 사용자가 해왔던 것들을 철저히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첫 방송 날짜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일단락되지 않고 방송된다면, 유족 분들 입장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까. 이런 죽음을 공론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책임감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방송 때문에 결과가 지금 나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스타뉴스
드라마 측은 고인에 대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에 추모 메시지를 포함한다. 이와 관련, 유족은 "유가족 의견은 모두 배제하는 게 우리의 뜻이었다. 그저 우린 진심을 보여달라고 말했고, 그 결과다"라고 말했다. 대책위 측은 "추모 조치는 회사 측에 일임했다. 그래서 5년간 추모 의식을 진행하고 드라마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에 추모 메시지를 포함한다고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족 이 씨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초단위로 느려지기도 빨라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나랑 연대해준 모든 분들이 이 힘찬 프로듀서 사망 사건 대책 위원회의 시간, 땀, 먼저 떠나간 형의 쓸쓸한 마음이 담겨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란 바람을 전했다.

정형택 본부장은 "보고서가 나오기까진 많은 과정이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고인의 바람과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남겨진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노조는 그 책임을 다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거다. 스튜디오 사업장 뿐만 아니라 방송 현장에서 발생하지 않으려면 스튜디오S의 약속이 다른 사업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 안에 있는 노동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라고 얘기했다.

한편 고 이힘찬 PD의 사망으로 촬영이 중단됐던 '소방서 옆 경찰서'는 5월에 촬영을 재개했다고 알려졌으며 오는 12일 첫 방송된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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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레스센터=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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