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에…황운하, 법적 대응 예고

박준우 기자 2022. 11. 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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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동훈 법무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한 발언이 오늘(8일)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을 향해서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쏘아붙였죠. 황 의원은 한 장관을 모욕죄로 고소하겠다며 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여기 '책임'을 공통분모로 한 두 개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하나는 '말의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책임'인데요. 각각의 키워드에는 연관 검색어로 뜬 인물이 있습니다. 먼저 첫번째 키워드 '말의 책임'과 관련된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입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 (어제) : 황운하 위원을 향해서 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하셨다면 여러 민주당 의원이 지적하신 대로 지금 국회에 맞지 않는, 국무위원으로서의 품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저도 판단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한 장관의 답변이 회의장을 뒤흔들었죠. 아군이라고 여겼던 신윤핵관 배현진 의원마저 질타한 한 장관의 답변, 바로 '직업적 음모론자'였습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오늘 법사위에서도 하루 종일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서 한동훈 장관이 추진하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이 원인이다, 이런 주장이 계속 나왔어요. 황당한 주장이죠? {예} 이 황당한 주장! 서울시민의 세금이 쓰이는 교통방송의 진행자 김어준씨가 만들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하고, 또 김어준씨가 주도해서 더불어민주당 전체가 빨려들어가고, 어떻습니까?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저는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발언은 조수진 의원과의 문답 중 나왔는데요. 조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죠. 한 장관은 이 주장을 펼친 두 사람을 콕 집어 "직업이 음모론자"라는 취지로 비꼬았는데요.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 이야기를 가리킨 겁니다.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 2일) : 기동대도 없이 79명을 그 사복경찰만 그쪽에 집중 투입할 거라면 경찰 혼자 판단하진 않았을 것 아닙니까. 마침 대검에서 불과 그 2주 전에 마약과의 전쟁, 한동훈 장관이 선포했거든요. 그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할 때 그 안배를 그쪽에 둔 것 아닙니까, 혹시?]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 2일)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때 이 마약, 그 용산에서 이번에 마약 성과를 많이 내보자. 지금 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청, 요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지금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저는 그런 걱정이 들어요. 지금 마약 얘기도, 제가 조금 전에 했는데, 저는 이 마약과의 전쟁 이런 것도 의도를 순수하게 안 봅니다. 마약이 물론 지금 이제 마약이 좀 확산 기미가 보이는 건 틀림없지만 마약과의 전쟁까지 할 만큼 그 정도 상황이냐. 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 뭔가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공안통치 분위기를 만들려는 걸로 보이고 {공안통치.} 그다음에 그러니까 이제 범죄와의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가는 거죠.]

김씨와 황 의원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대목이죠. 경찰이 마약 단속 성과에 집착하는 바람에 군중 통제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인데요. 결국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 발생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해당 발언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다른 방송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빠졌는데 마약 단속 실적 올리려고 거기에 집중하면 되겠습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마약 조사, 마약 점검에 투입했던 형사들, 경찰관들 즉시 안전요원으로 배치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한 장관, 하고 싶은 말은 참지 않는 스타일이죠. 어제도 강경한 어조로 이런 주장에 대한 반감을 여지없이 드러낸 겁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경찰 내부에서도 경비 인력과 마약 수사 인력이 별도로 운영되지 않습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사법 경찰과 경비 경찰은 완전히 분리돼서 운영되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예,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마약 수사를 법무부 장관이 지휘한다? {허무맹랑한 소리입니다.}]

강한 반감은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폄훼하고 모략했다"며 한 장관을 규탄했습니다. 한 장관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결국 예결위는 파행을 맞았는데요.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하는 것은 배현진 의원의 말씀대로 매우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실 의사가 있습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의는 약 50분 뒤 재개됐습니다. 민주당은 한 장관에게 '말의 책임'을 물었는데요. 하지만 한 장관이 또 다시 사과를 거절하면서 밤 11시 반쯤 다시 정회가 선포됐습니다. 두 차례 중단 끝에 예결위는 자정 넘어 개의됐고 한 장관은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어제 저의 답변으로 인해서 예결위 진행에 큰 차질이 초래된 점에 대해서 제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취지에 대해서는 제가 그 번복할 의사는 없습니다.]

별안간 음모론자로 지목된 황운하 의원, 자정 무렵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요. 한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 장관이 모욕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음성대역) : 최근 들어 소영웅주의와 관종에 매몰된 한 장관이 틈만나면 '튀는 발언'으로 그 천박함을 이어가던 중이라 놀랍지도 않습니다. 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입니다. 즉각 고소하는 건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는 정치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황 의원도 한 장관처럼 물러설 생각이 없나 봅니다. 마약과의 전쟁과 이태원 참사 간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음성대역/어제) : 마약 단속에서 성과를 내는 데 매몰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인파 운집 현장이 안전사고 위험 지역이라는 인식보다는 마약 사범이 많이 모여 있는 마약 단속의 최적지로만 비칠 수 있습니다.]

자, 이어서 두번째 키워드의 연관 인물입니다. '마음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분인데요.

[박희영/용산구청장 (어제) : {그런데 그 책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인가요?} 여러 가지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입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어제 행안위 현안 질의에서 한 말입니다. 대체 '마음의 책임'은 어떤 책임을 의미하는 걸까요? 박 구청장 입장에선 다들 이렇게 이해해주길 바랐던 것 같은데요.

[영화 '세븐 데이즈 : 그 여잔 그 누구보다 더 가슴 아파하고 있어…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야.]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싸했습니다. 마음의 책임이란 말에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만희/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마음의 책임' 이런 표현들이 사실은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와닿지 않았고요. 어떤 의도든 간에 이번에 수사 대상자로도 올라가 있고 거기에 대한 조사도 받지 않겠습니까?]

결국 용혜인 의원이 직접 나서서 박 구청장이 져야할 책임이 뭔지 알려줬죠.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어제) :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아, 이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지!라고 100번 얘기하면 그게 책임을 지는 겁니까. 구청장님이 지셔야 할 책임은요, 마음의 책임이 아니라요, 진심 어린 사과, 투명하게 자료와 정보를 공개하고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를 밝히고 그것보다 더 나아가서 법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져야 할 책임이 있으면 구청장님께서 지셔야 되는 겁니다.]

박 구청장의 해명 가운데 구설에 오른 발언은 또 있었습니다.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개최된 용산구청 대책회의에 박 구청장은 불참했었죠. 불참 사유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일었는데요.

[박희영/용산구청장 (어제) :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입니다. 딴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부구청장이 주재하겠다고 관례대로 하겠다고 해서…]

국민의힘도 같은 당 소속이지만 박 구청장은 감싸주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곧바로 손절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이만희/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자기 구역 내에 이루어지는 그 행사에 대해서는 구청이 재난관리 책임기관입니다.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으니까 나 그거 잘 몰랐다, 그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저는 아무튼 이번 용산서장하고 용산구청장, 이 두 사람이 정말 무개념이고 무능 아니냐, 처음부터 이제 그렇게 봤습니다. 저는 어제 이제 안행위 보면서 오히려 좀 책임에서 좀 벗어난 것은 용산구청장이다, 원래 기초자치단체장이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박 구청장에게 마음의 책임이 아니라 당이 직접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징계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인데요.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저희 해운대 같은 경우는 행사 있는 당일 구청장, 서장이 수시로 그 행사장을 순회를 합니다.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일 전혀 안 했죠. {당에서 무슨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있어야죠. 저는 사퇴권고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퇴권고, 구청장 사퇴권고?} 그렇죠. 그리고 출당조치를 해야 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근데 이제 문제는 모든 큰일이 있으면 더 윗선으로 올라갑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실제로 이달 중 박 구청장에 대한 징계 개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사 이틀 뒤 박 구청장이 내놓은 발언을 문제 삼았는데요.

[박희영/용산구청장 (음성대역/31일, MBC 뉴스데스크) :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습니다.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되겠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논란이 됐었죠. 당 윤리위는 박 구청장의 발언이 당헌·당규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 오늘은 '말의 책임'과 '마음의 책임'을 지고 있는 두 사람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아무래도 국민들이 바라는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죠.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 기억하거라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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