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수뇌부 파면 요구에 김대기 “수사 지켜봐야” 되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박지원 2022. 11.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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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책임 놓고 국회 곳곳서 충돌
대통령실·국가안보실·경호처 국감서
野 “참사 열흘째 책임자 그대로 있어”
거듭 경질 요구에 金실장 “급한 일 아냐”
與 “참사 정치적 이용 안 돼” 거듭 맞서
“尹정부 이태원서 젊은이 사지 몰아넣어”
野 양경숙 발언에 국감장 술렁이기도
정부 책임론에 韓총리 “국가는 없었다
추모공간 설립 유족 원하면 시작해야”
野, 9일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할 듯
여야는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8일 국회 곳곳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는 이태원 참사 책임 추궁의 장이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 진행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야, 책임자 파면 요구… 김대기 “사태 수습이 우선”

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책임자 파면을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참사 후 열흘이 흘렀지만 대통령이 진성성 있는 사과를 했다고 보이지 않고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장관과 수뇌부도 그대로 있다”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나. 민사·형사적 책임에 한정지어 사건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은 책임자 경질은 급한 일이 아니라며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 비서실장은 “세월호 때 해수부 장관은 다 수습하고 8개월 후 사퇴했다”며 “당장 사람을 경질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지 않나. 참사 원인과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지부터 먼저 정리하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뇌진탕이 있었겠지’ 등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현장에서 한 발언을 겨냥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발언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현장에 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정상황실 보고를 받고 밤새 수차례 지시하고 회의 주재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양 의원은 질의 도중 “19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광주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정부는 수학여행 가던 수백명의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에 몰아넣고 떼죽음당하게 만들었다”는 발언을 해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8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경질을 압박하는 야당 의원들에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제현 선임기자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프레임으로 맞섰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제가 보기에 야당을 중심으로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현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전 정부에서 발생한 인천 낚싯배 사고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대응 미흡 등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 관저 경호인력 배치를 문제 삼는 것은 ‘유언비어’라며 경호처를 감싸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대신해 국감장에 나온 김종철 경호처 차장에게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경호처 인력 배치 때문에 참사가 더 커졌다는 유언비어가 있다”고 말하자 김 차장은 “사실이 아니다. 자세한 인원 현황을 보고드릴 순 없지만 한남동에 200명이 배치돼 있었다는 것은 훨씬 부풀려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호 인력 전체로 보면 기존 청와대에 있던 경찰력과 유사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허황된 음모론 퍼뜨린 사람이 사과해야”… ‘직업적 음모론자’ 논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가 줄을 이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뒷수습,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재발방지책이 더 급선무”라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전날 열린 예결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하며 발생한 공방이 이날도 이어졌다. 한 장관은 이날 예결위에 출석하면서 사과할 의사가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과는 허황된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재차 명확히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예결위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은 국회 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특정해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모욕죄를 저질렀다”면서 이르면 이날 중으로 고소장을 제출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가는 분명히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우리 청년들이 ‘6시 34분 국가는 없었다’며 정부 책임 묻기를 시작했다. 저렇게 이야기하는 게 잘못된 건가”라고 질의하자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국가는 분명히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모공간 설립과 관련, “논의된 바는 없다. 관련 기관이나 유족이 원한다면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야권 연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 부본부장인 이성만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제정당이 연합해서 의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권은 10일 본회의 이전인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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