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발행 활성화" 외쳤지만… 외면받는 `지속가능연계채권`

이윤희 2022. 11.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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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선 주류… 국내는 0건
CJ, 1호 발행 검토하다가 철회
채권시장 불안·금리상승에 냉랭
일각 "자금조달 수단 발전 가능"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류로 자리잡은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이 국내 시장에선 한 건도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SLB 발행을 검토했던 국내 대기업도 '1호 발행' 계획을 철회했디. 올해 채권시장의 냉각으로 SLB가 속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의 발행 자체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년물 SLB를 발행해 최대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불안정한 회사채 시장 수급을 감안해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내 기업의 SLB 발행은 2020년 12월 현대커머셜(3000만달러)이 해외채로 발행한 것이 유일했던 터였다.

SLB는 발행에 앞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금리적 인센티브가 반영되는 채권이다.

사전에 정한 지속가능 성과목표의 달성 여부에 따라 재무적·구조적 특성이 변동될 수 있다. SLB 발행사가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SLB에 낮은 이자율이 유지되고,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자율이 높아진다.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SRI)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SG 관련 채권(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SLB)은 총 1555종목으로, 상장 잔액은 197조1268억원이지만 상장 SLB는 한 건도 없다.

SLB는 유럽을 중심으로 ESG 채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채권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19년 89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SLB 발행액은 2021년 1320억달러로 증가했다.

SLB는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도 발행이 가능해 프로젝트에 따라 발행여부가 결정되는 기존 ESG 채권과 차이점이 있다.

자금용도가 미리 특정되지 않아 발행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기업 입장에선 성과지표(KPI)와 목표(SPT)를 명확하게 설정하면 적격 프로젝트가 없는 산업군에 속한 기업도 필요한 자금을 보다 수월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성과를 달성하면 금리 혜택이 생긴다는 점은 유리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 연기금 등 주요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성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SLB 발행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부친 상태다. 지난 8월 한국거래소는 국내 SLB 도입을 위한 세미나까지 열고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SLB 발행 활성화를 위해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9월말부터 사회적책임투자(SRI) 채권 분류에 SLB를 추가했다. 또 신규 상장 수수료와 연 부과금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복잡한 성과지표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도 국내 SLB의 평가 방법론과 평가체계를 마련했다. 정부도 현재 SLB 발행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SLB 도입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내놨지만 채권 시장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얼어붙고 있다. ESG 채권 발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일년동안 잔액은 77조원 늘어났지만 올들어선 이달 8일 기준 38조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간으로 살펴봐도 지난 5월 이후 지속적으로 ESG 채권 발행은 줄어들고 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국고채 수익률이 치솟고 회사채 발행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ESG 채권의 차별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236%에 달했다. 김 연구원은 "한때 월간 1조원 이상 발행되던 일반 회사들의 ESG 채권이 지난 9월 기준 100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SLB는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워 다양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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