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판교 "개발자 모시기 옛말 … 잘릴까 걱정"
뭉칫돈 몰렸던 스타트업들
투자금 70% 확 줄자 구조조정
IT인력 쏟아져 갈 곳 막막
얼어붙은 이직시장
"작년만 해도 개발자는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연봉 높여 옮기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다니는 회사 자리나 잘 지키면 본전이라는 분위기다."(국내 IT 대기업 재직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구직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대규모 채용 경쟁을 벌였던 IT기업·스타트업들이 절대적 고정비용인 인건비 관리에 돌입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작년만 해도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올해 초부터 급격히 줄어들면서 IT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스타트업들은 고강도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8일 매일경제와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회사인 더브이씨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성사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5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1조4639억원) 대비 투자 금액은 반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투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7월(3조853억원)과 비교해보면 순수 투자액이 2조5600억원이 줄었다.
이 같은 투자 감소는 스타트업발 정리해고로 이어질 조짐이다. 실제로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적자를 내고 있는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인건비 부담 등 비용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년 전(3498억원)보다 5.6% 줄어든 330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인건비는 4335억원으로 17.8% 증가했다. 카카오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5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빅테크기업들조차도 인력 거품을 빼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개발자의 경우 퇴사자를 비롯한 자연 감소분을 보강하는 차원에서만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상도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5년 차 안팎의 '허리급' 인력 채용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업계에서도 '대규모 채용' '인센티브'와 같은 문구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의 경우 실제 수익모델(BM)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시장 거품까지 빠지면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요구하는 대내외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네이버·카카오와 게임사들의 기조 변화는 IT업계 전체 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굴지 IT기업에서 블록체인업계로 2년 전 이직한 30대 후반 A씨는 "올 들어 코인업계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예전만큼 좋지 않은 듯해 여러 번 이직을 시도했지만, 연봉 협상 등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고 토로했다.
[김대기 기자 /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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