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능력보고 하는 것 아냐 … 공감·협력 얻어낼 인재 써야

박윤균 2022. 11.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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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6개월 평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7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윤석열 정부 취임 6개월을 맞이했다. 처한 상황에 따라서 세간의 평가는 다양하고 또 많이 엇갈린다. 정치권에서,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국정 운영을 경험했던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윤석열 정부 6개월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조언을 들었다.

―윤석열 정부 6개월이 지났다. 평점을 매긴다면.

▷이 정부가 국민의 참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에 정치권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 때 묻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 기대에 비춰볼 때 과연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켰느냐고 하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그 대답이 바로 지지율 아니겠나. 30%를 넘나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이 윤석열 정부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때 묻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이란.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게 새롭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예를 들면 검찰총장 출신이라서 부패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도려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정당에 있었던 과거 대통령들을 보면 측근이다, 가신이다 해서 주변을 그런 사람들로 채웠는데, 윤 대통령은 정치권에 챙겨야 할 사람들이 없으니까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서 국민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해줄 것이라 봤다. 또 지역주의가 됐든 뭐가 됐든, 과거 퇴행적인 정치의 모습들을 일신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6개월 윤석열 정부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건데, 뭐가 문제였을까.

▷인사 실패다. 청와대와 정부에 있어 보니 대통령이 할 일이 너무 많더라.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급변하는 정치·국제 환경에도 대비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갈등과 분열이 극심해서 포용하고 통합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리더가 이런 많은 일들을 혼자 하려고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들을 채워서 함께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사를 꼽는 거다.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윤 대통령 입장에서 서울대 법대를 나온 똑똑한 사람을 썼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이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힘이라는 게 개인의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더라. 얼마나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끌 수 있느냐가 바로 힘이다. 인사할 때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학벌 좋고, 커리어 좋은 사람을 뽑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국정은 혼자서 끌고 나가고, 앞서나가고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협조해주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어 국회와의 협조, 시민단체와의 협조 같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검사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고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꼭 검사 출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핵관'이라고 붙은 사람이 너무 많기는 하더라. 인사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다. 시골 출신 변호사에 워싱턴 정가에 인맥도 없던 사람이었는데, 자신을 그렇게 비판하고 조롱했던 사람들을 내각 핵심에 참여시켰다. 남북전쟁 시기라 전쟁장관이라는 직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에드윈 스탠턴을 썼다. 주변 측근들이 '스탠턴은 대통령을 무식쟁이라고 비난했던 사람'이라고 반대하자 링컨은 "똑똑한 스탠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아마 맞을 거야"라면서 인사를 강행했다. 결국 스탠턴은 역사에 남는 전쟁장관이 됐다. 또 윌리엄 수어드라고 링컨을 정말 조롱하던 사람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링컨이 오늘날 칭송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는 건 본인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내 말의 요지는 사람을 등용하는 데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라는 거다. 나한테 충성할 사람을 골라 쓴다는 건 말이 안된다. 발탁된 사람이 충성하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맞이한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소통과 화합, 그게 시대정신이다. 지금 경제위기가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이나 어려워질 거 같다. 미·중 갈등과 남북관계 악화도 문제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도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어떻게든 극복해낼 사람들이다. 문제는 예전처럼 우리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못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국민들인데, 에너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이를 하나로 통합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27년간 감옥에 있으면서 온갖 고초를 당하고도 자기를 핍박했던 세력을 용서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화합을 이뤄냈지 않나. 만델라는 '내가 자유롭기 위해 용서한다'고 했다. 그런 게 절실한 시기다.

―남은 4년 반 동안 뭘 하겠다는 게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모든 걸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처음 취임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5년 단임제하에서 사실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단기·중기·장기 비전을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5년, 생각보다 길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위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사실 작년에 코로나19를 맞아서 돈을 풀 때 지금처럼 고물가·고금리가 올 줄 다 알지 않았나. 그러면 대비를 했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처럼 또 돈줄을 조이고 하면 임기 중후반에 경기가 악화되고 실업이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지 않나. 정부는 그런 것을 예측해서 대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과제로는 무엇을 조언하고 싶나.

▷내가 볼 때 지금 18세기 산업혁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가장 중심이 과학기술이다.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닥친 위기가 고령화다. 내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게 재정건전성인데, 고령화가 심해지면 재정 부담도 엄청나게 커질 거다. 고령화사회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교육 개혁을 했으면 한다.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국민이 행복해지는 여러 방편 중 하나가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입시교육, 취업교육 등 너무 천박하고 황폐하다. 이렇게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인문학 교육도 확 늘려야 한다.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놓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잘한 거를 꼽자면.

▷솔직하고 소탈한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 건 아주 반가웠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도어스테핑을 하는 게 참 보기 좋더라. 물론 실수도 있었고 운영하면서 서투른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나한테 그걸 느끼게 해준 게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이었다. 그런 솔직한 소통의 느낌을 도어스테핑에서 받았다. 그리고 한미 관계를 복원한 거, 굉장히 잘했다. 특수한 남북 관계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미 관계 복원을 통해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다.

―국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몇 년 전에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라는 걸 골랐더라. 나만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는 거다. '내로남불'의 다른 말 아니겠나. 정치권뿐만 아니라 어쩌다 대한민국 전체가 '아시타비'가 됐더라. 이런 상황에서 참 쉽지 않은 줄 알지만 대통령이 끊임없이 여의도와 협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이명박 정권에 몸담았지만 여의도와 거리를 둔 게 많이 아쉽다.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화여대 명예교수 / 박윤균 기자]

▷백용호 명예교수는… △1956년 충남 보령 출생 △익산 남성고 △중앙대 경제학과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1986년 이화여대 교수 △200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 △2008년 공정거래위원장 △2009년 국세청장 △2010년 청와대 정책실장 △2017년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현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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