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태원 참사에 "국조 불가…정쟁 도구 될 수 있어"(종합)
기사내용 요약
국정조사 보다 경찰 수사가 먼저…野 요구 일축
尹, 참사 책임자 경찰·용산구 지목, 책임론 거론
주호영 "이번 수사 성공 핵심은 신속성과 강제성"
정부 책임론 → 尹 부정적 여론 확대 우려한 듯
野, 9일 의원총회 거쳐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국민의힘은 8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특검 요구를 재차 거부하며 경찰 수사를 통한 신속한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 지도부는 강제성 없는 국정조사는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며 야당 요구를 일축하면서도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야당과의 타협 여지도 남겼다. 이에 따라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희생자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해서 참사의 원인을 조속히 밝히고 책임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이번 수사의 성공 핵심은 신속성과 강제성"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강제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수사 지연과 증거 유실의 우려도 있다"며 "물론 어떤 조치라도 다 사용할 수 있지만, 국정조사와 특검은 국회 논의가 필요하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정조사, 특검도 마다치 않고 우리가 앞장서서 추진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슬픔을 진정으로 달래기 위한 초당적 협력 태도를 가져줄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당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만희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이뤄졌는데 만약 야당 단독으로 이뤄진다면 새로운 선례 내지 반쪽짜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서장와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서도 "그 위치에 있는 그분이 왜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제일 이해가 안 된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정부 책임론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한지 한 주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하락폭은 30%에서 29%으로 크지 않으나 여권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실책성 발언 등으로 민심이 요동 치는 만큼 야당의 국정조사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해 사고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하며 엄호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에서 "쇼가 익숙한 민주당은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와 닿지 않느냐"며 "슬픔마저 또 하나의 기회로 삼으려는 억지라면 제발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참사 당시 경찰과 지자체의 부실한 대응을 직접적으로 질타한 만큼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선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며 처음으로 문책성 인사를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하며 국정조사 역시 정쟁을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대하는 민주당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유가족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행위"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재난의 정쟁화, 정치화 시도"라고 날을 세웠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이 주고받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문자메시지를 거론하며 "충격을 넘어 참담함"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관행상 특정 정당의 단독 처리를 지양해온 만큼 본회의 전까지 협상의 여지는 열어둔 상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많은 국민의 희생된 안타까운 참사에 여당도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며 "수시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75명)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경우 국회의장은 지체없이 본회의에 보고하게 돼 있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과반 동의로 통과할 수 있어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합의에 따른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나 국민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국정조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경찰청)의 중간 결과가 나오고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가 강해지면 국민의힘에겐 압박이 될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일관된 입장은 수습과 진상파악 먼저"라며 "이후 법적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엄격하게 묻겠다. 책임에는 법적, 지위,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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