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챙긴다는 안심전환대출 50조 … 채권시장 새 뇌관되나
여전히 불안한 자금시장
정부와 여당이 안심전환대출 자격 요건 완화를 추진하며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MBS)발 채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접수를 시작한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현재는 4조원대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계획대로라면 내년까지 안심전환대출이 50조원으로 12배 넘게 급증하고, 해당 대출자금 조달을 위한 MBS 발행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6일 당정은 안심전환대출 대상 주택 요건을 현행 6억원에서 내년 초 9억원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안심전환대출 공급 목표 역시 올해 25조원, 내년 20조원 등 기존 총 45조원에서 5조원을 늘려 5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7~4.0%대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해주는 대출이다. 주금공과 시중은행이 대출 신청을 받은 뒤 해당 대출을 담보로 주금공이 MBS를 발행해 대출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8일 안심전환대출 최대 한도도 기존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가 현재 4조원 규모에서 공급 목표치를 모두 채운 50조원으로 확대되고, 요건이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완화된 까닭에 공급 목표치가 모두 소화된다면 그만큼 MBS 발행 물량이 늘어나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에서 주금공 MBS와 같은 공공기관물이 매물로 쏟아지면 시장 투자심리에 또 다른 쏠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전채와 결은 조금 다르더라도 전반적인 시장 심리 차원에서 다른 채권 수요를 밀어내는 또 다른 구축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국면에서도 최고 신용등급의 한전채와 은행채 등이 쏟아지면서 회사채 물량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와 당국까지 나서면서 우량채 발행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MBS가 새로운 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안심전환대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월 1차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직후인 그해 4~5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대 0.53%포인트, 2차 판매 때인 2019년 9월 직후인 10~11월 중에는 최대 0.34%포인트 상승했다. 이 경우 현재 연 4.1% 안팎을 나타내고 있는 국채 3년물 수익률은 4%대 중반으로 치솟을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MBS 실제 발행 이전부터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주금공은 안심전환대출이 나간 시점부터 MBS 발행 시기까지 금리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대출이 이뤄지는 시점을 전후해 국채 선물을 매도한다. 이르면 이달부터 국채 선물 매도에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국채 선물 매도→국채 현물 매도→시장금리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금공이 발행한 MBS 수요와 관련해 은행들이 매수자로 등장해 구원투수로 나서지만 이 또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비슷한 형국이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시중은행들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은행채 신규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MBS를 매입하려면 예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조달 여력이 크지 않다"며 "더 나아가 MBS 추가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보유 채권을 팔 경우 채권시장 악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금공은 이 같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재정당국과 긴밀한 협조 속에 발행 시기를 분산하고, 해외 발행한도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MBS 발행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안심전환대출 관련 MBS 공급이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발행한도 확대, 발행 시기 분산 등 발행 관련 사항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과 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정원 기자 / 한우람 기자 / 차창희 기자]
[용어] MBS(주택저당증권) : 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물로 발행되는 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으로 일반 투자자 자금이 유동화 회사를 거쳐 은행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주택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은 이를 채권유동화 회사를 통해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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