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의 인사이트] '경고 사이렌' 빈번한 채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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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동해 방향 미사일 발사 때, 울릉도에서 울린 사이렌 소리는 경계경보와 공습경보의 차이를 보여준다.
경계 사이렌은 평탄음이 1분간 지속된다.
레고랜드가 울린 첫 경보가 잦아들기도 전에 더 센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제 전반을 덮친 형국이다.
외화조달시장과 국가신인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고 경계감을 가졌다면, 당국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불이행을 막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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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2050억원 지급보증 거부에서 레고랜드 사태는 시작됐지만 시중자금 경색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형 증권사와 시중은행을 동원해 10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시장은 다소 안정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외화채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불이행이 또 시장을 흔들었다. 레고랜드가 울린 첫 경보가 잦아들기도 전에 더 센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제 전반을 덮친 형국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채권시장으로 영향이 국한됐지만 흥국생명이 2017년 5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외화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해외 발행 한국물 전체 문제다. 우리 금융기관의 외화채 콜옵션 포기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한국물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고 한다. 더구나 흥국생명은 국내 50대 대기업그룹에 포함된 태광그룹 계열사다. 대기업까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걸 은연중 드러냈다.
사이렌의 울림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네번째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더 높게, 더 오래 올리겠다"고 단언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를 것이란 공포 섞인 전망도 있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난에 처한 기업들의 흑자도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시스템 위기 조짐은 아직 없다. 울지 않는 카나리아를 두려워만 해서도 안된다. 진짜 위험이 닥치기 전에 예방하거나 대비하라는 뜻이어서다. 우선 자금난 심화가 정상기업의 부도와 금융불안정 등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시장안정대책과 5대 금융지주의 유동성 지원대책의 집행속도를 높여야 한다. 돌이켜보면 레고랜드라는 사이렌이 먼저 울렸다. 외화조달시장과 국가신인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고 경계감을 가졌다면, 당국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불이행을 막았어야 했다. "외화채 콜옵션을 이행하겠다"며 6일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레고랜드 사태도 "2050억원으로 막을 일을 50조원 규모로 키웠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레고랜드에 이어 흥국생명 콜옵션 건도 "관리가능하다"고 했지만 시장은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드러난 것만 두번째 경고 사이렌이다. 금융불안의 실물경제 전이라는 공습경보까지 울려서는 안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지면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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