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원전 계속운전과 사회의 자산

이유범 2022. 11.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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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시절 깨달음을 주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독감이 급속도로 퍼져서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자기 일을 쉽게 풀기 위해 사회적인 돈을 아낌없이 써버리는 것이 어떻게 박수받을 일일까.

원전의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것은 사회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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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시절 깨달음을 주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독감이 급속도로 퍼져서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병상이 모자라 복도에도 환자가 누워있고 그나마도 없으면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를 담당하는 담당국장이 TV에 출연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주어진 예산과 인력의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산과 인력이 문제라도 담당자가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국은 그렇지 않았다. 상가에 손님이 많고 점원이 한 명뿐인 경우여서 줄을 길게 서도 점원에게 화내지 않는다. 그의 문제가 아니다. 한 명만 고용한 주인의 문제이지 점원이 일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다. 내가 분풀이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우리는 국민이고 고객이기도 하지만 공무원도 될 수 있고 점원도 될 수 있다. 관공서의 공무원이라고 해서 슈퍼맨이어야만 한다고 하는 것은 무도한 노릇이다. 두 번째 사건은 '사회의 돈(Society's money)'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된다. 즉 우리가 세금으로 낸 모든 돈이 사회의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을 엉뚱한데 쓰게 되면 필요한데 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공공부문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는 사회의 돈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된다.

학교 급식에 많은 돈을 쓰면 시험은 자주 볼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너무 치중하면 누구나 사회적 약자가 되고 싶고 세금을 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학생이 부족해 폐교가 될 학교를 억지로 살려두면 교육예산이 거기에 투입되고 다른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된다.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에게 거액의 보상을 하면 많은 경우 박수를 친다. 그 보상은 결국 국민의 몫인데 말이다. 담당 공무원이 자기 일을 쉽게 풀기 위해 사회적인 돈을 아낌없이 써버리는 것이 어떻게 박수받을 일일까.

향후 7년 동안 10기의 원전의 최초 운영허가 기간이 종료된다. 새 정부는 이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해 계속운전을 하려고 하고 있다. 운영허가기간이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40년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전력원의 독점금지를 위해 결정됐던 것인데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된 것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의 92%이상이 계속운전을 했거나 하고 있고 미국도 가동원전 92기 가운데 85기(92%)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그중 50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고리2호기의 참조노형인 포인트 비치 1·2호기, 프레리 아일랜드 1호기, 지나 원전도 미국에서 계속운전 중이다. 즉 운영허가 기간 이후에도 운영하는 것이 이미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점이다.

원전의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것은 사회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안전성이 확인됐고 계속운전이 세계적인 흐름인데도 낭비를 할 이유는 없다. 사회의 돈은 보다 위험한 곳에 그리고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사용돼야 한다. 사회의 돈은 결국 내가 내는 돈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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