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각시탈은 민주노총?" 국민의힘 의원의 '틀튜브급' 질의

인현우 2022. 11. 8.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국회 행안위 질의 도중
'민주노총 조합원 추모글'과 '각시탈' 늘어놓고 질의
극우 유튜브발 소문 들고... "진상 규명 요구한 것"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장을 맡은 이만희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숨진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애도글과 참사 유발자로 추정됐던 2명의 '각시탈' 분장 남성 사진 등을 내세우면서 불순 세력 개입 의혹까지 제기했던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각시탈에 민주노총을 연계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민주노총이 개입된 듯한 이 의원의 발언에 민주노총이 반발하자 나온 해명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열렸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왼쪽엔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이 지난 10월 31일에 올린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조합원 2명을 애도하는 이미지를, 오른쪽엔 이른바 '각시탈' 분장 남성 2명의 사진을 각각 올려놓고 질의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민주노총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사실이냐. 이게 홈페이지에 뜬 게 맞느냐"고 말했고, 윤 청장은 "저도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곧이어 "옆에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이며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확실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사고 현장 동영상을 느리게 틀어 놓고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손목에 따라 사람들 움직임이 달라진다. 펴면 멈추고 주먹을 쥐면 다시 앞으로 움직인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대한 규명도 한 줌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히 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제가 직접 수사 지휘하지는 않지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시탈' 소문, 극우 유튜브 타고 번진 제2의 '토끼 머리띠'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각시탈'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브 채널들. 유튜브 캡처

문제의 사진과 영상은 일명 '토끼 머리띠'와 더불어 이태원 참사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밀어서 발생했다"는 소문의 일부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각시탈을 쓴 두 명이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서 사람들이 넘어져서 참사가 벌어졌다'거나 '민주노총과 야권 지지자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밀다가 자기들도 2명 사망했다'는 등의 소문이다.

이런 소문은 주로 일명 '틀튜브'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전파되는데, 이들은 "진실을 규명해서 진짜면 대박이고, 아니더라도 위기에 몰린 정권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당 소문을 퍼트리는 양상을 보인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가운데 156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희생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포함되는 것을 특이한 일로 보기는 어렵다. 또 '각시탈' 복장을 한 남성 2명의 경우도 경찰은 이미 무혐의로 보고 있다. 특수본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이 액체를 길에 뿌린 장소는 참사 장소와 거리가 멀었고, 뿌렸다는 액체도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칵테일 재료로 흔히 쓰이는 주류 '짐 빔'이었다는 설명이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소문이 만연하면서 한때 참사의 주범이라는 '토끼 머리띠'로 지목된 가짜뉴스 피해자가 고발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사실상 음모론에 가까운 소문을 들고 경찰청장에게 질의를 한 데다 은근히 민주노총을 연관시켜 증폭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지난 7일 "민주노총 음해를 넘어 희생자를 욕보인 이만희와 윤희근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각시탈 연결한 적 없어... 진상 규명해 달라는 것"

이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노총 추모글'과 '각시탈'을 연결해서 문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언론 보도가 정확하게 확인을 안 하시고 작성한 것 같다"면서 "확인해 보시면 제가 이걸 민주노총하고 각시탈을 연결시켜서 말씀드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별 소문 자체는 사실상 포기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그 행사의 시각이라든지 성격 이런 걸 감안할 때 거기에 소속된 분들 같으면 일반 조합원 한 분이 아니라 좀 상당한 위치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냐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시탈'에 대해선 "사실은 많은 인터넷상이나 유튜브상에도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면서 극우 유튜브를 참고했음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음모론이라고 할 수도 있고 루머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형참사에서 벌어지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명백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서 한 점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달라, 그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