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 책임 가장 커”… “이상민 사퇴해야” 57% [경향신문·공공의창 여론조사]

김한솔·배문규 기자 2022. 11. 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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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대통령실·경찰·행안부 등 “정부 책임”
“이상민 사퇴” 56.8%···“국정조사·특검” 48.5%
세월호 참사 후 ‘안전 투자’ 비슷하거나 더 나빠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의 폴리스 라인 아래 추모객들이 놓고 간 물건들이 놓여있다. 한수빈 기자
과반 이상의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주체는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조사기관 휴먼앤데이터, 그래픽 윤여경 기자.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 10명 중 7명이 참사의 책임이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정부에 있고, 그중 대통령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향신문이 ‘공공의창’과 공동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휴먼앤데이터에 의뢰해 지난 4~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태원 참사 관련 시민 인식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이태원 참사를 책임져야 할 주체를 누구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67.7%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33.3%가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실’을 꼽아 이번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4.7%는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9.7%는 용산구청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28.4%는 ‘시민들의 질서의식 부재’가 문제였다고 응답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 ‘질서의식 부재’를 꼽는 답변이 예상보다 조금 높게 나왔는데, 대통령 지지율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에 ‘정부 책임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68.7%가 ‘정부 책임이 매우 있거나(48.5%) 어느 정도 있다(20.2%)’고 답했다. 정부 책임이 ‘전혀 없다’는 답은 7.5%, ‘어느 정도 없다’는 답은 21%에 불과했다.

“이상민 장관 사퇴해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답변을 마친 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에 대한 시민 공감도. 약 57%의 시민들이 ‘이 장관의 사퇴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조사기관 휴먼앤데이터, 그래픽 윤여경 기자.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하는 것에 어떤 입장인가’에 절반 이상(56.8%)이 ‘사퇴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사퇴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32.5%, ‘잘 모르겠다’는 10.7%였다.

이 장관은 참사 발생 직후 “우려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다. 경찰을 배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해 재난·안전관리 책임 주무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사태 수습에 전념해야 할 주무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빠지고 윤석열 대통령의 분향소 조문에 동행하는 등 참사 이후 행적도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장관 경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응답자 중 57.8%는 이번 재난이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하는 사회적 참사라는 의견에 대해 ‘공감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 편’이라는 답은 28.7%, ‘잘 모르겠다’는 13.5%였다. 이태원 참사 후 정부는 분향소와 공식 문서 등에서 ‘참사’ 대신 ‘사고’, ‘피해자·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8일 “중대본에서 실무자들이 그렇게 썼는데 저희는 지금 그 용어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저희도 참사, 희생자라는 말을 썼다”고 했다.

진상규명 위해선 “국정조사나 특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왼쪽부터)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은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은 여야 합의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조사기관 휴먼앤데이터, 그래픽 윤여경 기자.

참사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가까웠다. ‘여야 합의하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25.3%로 가장 많았고, ‘여야 합의하에 특검’(23.2%)이 뒤를 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단 구성(15.9%), 대검의 감찰과 수사(15.6%),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8.6%)를 통해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정조사와 특검(특별검사제도)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꼬리자르기’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국무총리, 재난·안전 주무부처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이 아닌 일선 경찰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검 도입’ 의견은 경찰의 ‘셀프 수사’가 철저한 진상규명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행안부·경찰 등 참사와 관련된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사퇴 등 내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경찰 수사에 방해만 될 뿐이라며, 수사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랑 비슷하거나 더 나빠져”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다수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가 특별히 더 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사기관 휴먼앤데이터, 그래픽 윤여경 기자.

왜 이런 참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할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응답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가 계속 발생하는 첫 번째 원인으로는 ‘안전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39.4%)를 꼽았다. ‘정부의 무책임’(37.5%)때문이라는 응답도 높았다. 그 외 ‘안전인력 부족(9.8%)’, ‘책임자 처벌 미흡(9.7%)’가 있었다.

69.1%의 응답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법·제도 정비나 투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안전에 관한 법·제도 정비와 안전에 대한 사회적 투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45.1%는 ‘그때와 비슷하다’, 24%는 ‘그때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답은 20.7%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10.2%였다.

응답자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언론의 사실확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 41.9%가 언론의 ‘사실관계 확인 부족’, 20%는 ‘선정적인 현장 보도’가 문제라고 봤다. 언론사 간 ‘경쟁적 속보(10.1%)’나 ‘무리한 유족 취재(5.8%)’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별한 문제가 없었거나(9.5%) 잘 모르겠다(12.7%)’는 의견은 22.2%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표본 추출은 RDD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2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적용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공의창은 2016년 출범한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티브릿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휴먼앤데이터,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메타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DPI,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여론조사·데이터분석·숙의토론 관련 회사가 회원으로 있다. 정부나 기업 의뢰를 받지 않고 비용은 회원사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자체 조달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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