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과 바다 보며 근무, 주말엔 등반과 스쿠버”…제주, ‘워케이션 성지’ 선점 나선다

박미라 기자 2022. 11.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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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제주 서귀포시에 조성된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위메이드 그룹 ㈜전기아이피 직원들이 쇼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3층에 조성된 워케이션 사무실에서 위메이드 그룹의 ㈜전기아이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 서귀포에 워케이션 사무실 문 열어
내년 제주시 1곳 추가 운영…홈페이지도 구축
투자협약체결, 잠재투자기업 대상 직원유치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일대 조성된 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3층. 제주도가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인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업무방식) 오피스가 위치한 곳이다. 내부는 업무 공간 3곳과 회의실 1곳, 휴식공간 1곳, 사물함과 냉장고 등의 비품이 간결하게 구비돼있었다. 옥상 정원에서는 물론 사무실 내부에서도 창을 통해 남쪽으로는 짙푸른 제주 바다가, 북쪽으로는 위용 넘치는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3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사무실에서는 위메이드 그룹의 ㈜전기아이피 직원 20여명이 마침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직원 65명이 3조로 나눠 2주씩 제주에 머물며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이나 휴일에는 여행을 즐기는 워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팀장 김상래씨(46)는 “제주 워케이션 기간에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며 “퇴근 후에는 주변 산책을 하거나 가까운 곳을 가는데 오늘은 팀원들과 기념품 가게에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스킨스쿠버, 한라산 등반 등 각자 하고 싶었던 체험과 관광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물만 잔뜩 있는 곳에서 근무하다가 바다와 산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니 일의 능률은 물론 애사심이 특히 높아졌다”며 “제주에 2주 머물다 보니 관광 올 때는 몰랐던 저렴한 맛집, 느리게 걷는 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인 ‘워케이션’ 유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주도는 여행 수요의 지속적인 창출, 잠재적 투자기업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워케이션 선도지역 조성에 나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주도가 지난해 11월 서귀포시의 한 카페를 임차해 실시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시범 사업. 수도권 정보기술기업 직원 30여명이 서귀포시에 머물며 워케이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근무형태 변화 속 국내 최고 관광지 이점 살려
관광객 유치 지역소비 활성화 기업투자 유도

제주도는 지난 9월부터 서귀포시에 워케이션 사무실 1곳을 개설한데 이어 내년 제주시에 1곳을 추가 개설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제주도는 커피숍 등의 공간을 이용해 여러 민간시설에서 운영하는 공유사무실과 달리 업무만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을 구축한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했거나 잠재투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에 조성된 워케이션 사무실에서는 9월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제주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전기아이피가 워케이션을 완료했고,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는 수도권에 사무실이 있는 한 카드회사 직원 10여명이 워케이션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장기적으로는 읍면 권역별로 농어촌빈집이나 유휴시설 등을 활용한 체류형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내 공유사무실과 숙박시설, 여가 시간에 즐길 각종 관광‧체험 프로그램 등 관련 정보를 한자리에 모은 홈페이지도 내년초부터 공식 운영한다.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워케이션 공간과 근무 이후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묶은 관광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제주도가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 분산근무와 같이 근무지의 경계를 허무는 업무 형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근무 형태 중 하나인 워케이션은 노동자의 만족도를 높여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평가 아래 여러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다.

더욱이 제주는 빼어난 자연환경과 다양한 즐길거리를 지닌 국내 최고의 관광지인 만큼 워케이션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달간 수도권 기업 26곳의 임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서귀포시의 한 카페를 빌려 실시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실제 많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공간을 마련해 워케이션을 하고 있고, 공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이어지면서 민간에서도 워케이션 공유사무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의 공유사무실에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제주 곳곳 민간 공유사무실 운영도 활성화
“읍면별 거점공간 구축, 민간 홍보도 지원”

실제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의 공유사무실도 워케이션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민간 주도의 워케이션 거점지가 되고 있다.

워케이션 참가자 유치에 따른 기대효과도 크다. 장기 체류하면서 소비하고 여행을 즐기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 제주 투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 유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워케이션 사무실 후보지를 물색할 때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 등이 주변에 있어 지역상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참가자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를 봤다”며 “워케이션 참가자 대부분은 관광객에 비해 장기 체류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지역상권에 도움을 주고, 제주 이전이나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애숙 제주도 관광국장은 “읍면 권역별로 워케이션 거점 공간을 구축하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워케이션 시설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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