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이상민·윤희근 모두 사퇴 거부···“어려운 길 가겠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 장관 “현 위치서 최선 다할 것”
윤 청장 “상황 수습·방지책 마련”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 등 ‘3인방’이 8일 당장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가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책임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 좀 더 밝혀져야 한다”며“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책임도 어느 정도 팩트(사실)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하겠다”며 “아직 (윤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예결위에서 “책임을 진다는 게 꼭 사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사고 뒷수습”이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재발방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 청장도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사퇴보다) 더 어려운 길”이라며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윤 청장도 윤 대통령에게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한 총리와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관련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참사에서 총리로서 책임과 권한을 다 했느냐”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도 “재난 사고 이후에는 (권한과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인방의 이 같은 입장은 전날 윤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참사 당일 현장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집중 질타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면서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일선 경찰에게만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터져나온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꼬리 자르기만 시작되고 있고,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와 윤 청장 역시 현장 경찰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현 시점에서 보면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국가는 분명히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현장 근무 직원(경찰), 기타 누구도 골목길 압사 사고를 미처 예측하지 못 한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고,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적극 반박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의 한 원인이라는 정 의원 주장에 한 총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 때문에 이태원에 경찰이 충분히 배치되지 못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민주당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윤 청장은 “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일대에 (경찰) 137명이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기동대가 추가로 있고 없고는 사건 발생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경찰이 압사 위험은 경시한 것 아니냐”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마약 수사는 대통령 지시 이전인 7월 말 (청장) 취임 무렵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함을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단속하려던 와중이었다”며 “대통령 말씀으로 인해 그렇게(마약 단속에 집중) 했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사전 조치 문제도 지적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방역조치가 해제되면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 예견됐는데 국정상황실이 비상근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처음부터 비상근무를 할 판단은 안 했다”며 “사고가 생길 것에 대해 예의주시했는데, 이번 경우엔 코로나 이후 갑자기 이런 군중이 모이다보니 판단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된 바는 없다”며 “관련 기관이나 유족들이 원한다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황운하·김의겸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저격하는 말을 쏟아냈다. 한 장관은 예결위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예결위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이 한 장관의 전날 예결위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사과는 허황된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이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전날 밤 예결위에서는 한 장관이 황 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하면서 회의 진행이 2시간 넘게 차질을 빚었다. 황 의원은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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