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폐지에 마포구민들 폭발 “구청장 다신 맡길 일 없다”
구민들 날 선 비판 줄이어 “결정 철회해라”
마포구 “보도 틀려…스터디카페 기능 추가”
“정말 죄송합니다. (마포)구청장님이 바뀐 것도 모르고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이 되네요. 정치라는 것이 저랑은 관계없고 영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라고 반성하고 관심 가져보려고 합니다. 제발 부탁인데 도서관으로 예산 줄일 생각은 말아주세요. 더 만들어 달라고는 안 할 테니 줄이지만 말아달라고요….”(서울 마포구청 누리집 8일)
서울 마포구의 ‘작은도서관 폐쇄 추진’이 8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며 구민들의 분노가 날것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전날 마포구 누리집에 20여개 정도의 항의 글이 올라온 데 견줘, 8일 하루만(16시 현재) 작은도서관 폐쇄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비판·항의의 내용으로 수백개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8일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구민들의 줄 잇는 항의는 흡사 ‘도서관 연서’ 같다. 기초단체의 도서관 퇴행 정책에 맞선 시민 연대이자, 책과 공동체에 대한 연정이 새삼 확인되는 탓이다. 이날 한 구민은 누리집에 “작은도서관은 빈부격차, 나이, 성별, 장애 구분 없이 책이라는 매체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마을회관과 같은 곳”이라며 “작은도서관들을 독서실로 전환이라니요. 끔찍합니다.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연대를 끊고 삶의 질을 끌어내리며 주민들의 상실감은 구청에 대한 원망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시길 바랍니다”고 썼다. 또 다른 구민은 “아이 어릴 때 작은도서관 가까이에 살아서 정말 좋았다. 책을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건 당연하고, 아이랑 도서관에 가는 것 자체가 알콩달콩 추억이고, 동네 사람들을 알게 된 귀한 곳입니다. 지역 어르신들도 항상 일찍 오셔서 책, 신문 보신다”며 “이런 작은도서관을 대체할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민원인은 “학생은 공부만 하여야 하는 게 아닙니다. 기본 소양을 닦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더불어 같이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이런 것은 많은 독서와 어울림 속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도서관은 학생도 이용하겠지만, 청년이나 중년, 노인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고, 또 다른 주민은 구의 독서실화 계획을 두고 “AI 시대에 필요한 건 독서와 토론을 통한 사고력, 소통과 참여를 통한 창의력”이라 꼬집으며 “(그리고) 도서관은 원래 돈, 세금 쓰는 곳이다, 돈 버는 곳 아니”다고도 말했다.
이들은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강조했다. 한 구민은 “이사할 때마다 구립도서관, 작은도서관 위치 확인하고 이사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데 도대체 그 예산 삭감해서 어디에다 쓰려고 하는지도 궁금하고 왜 모든 주민의 생활, 복지, 편의와 밀접한 사안은 주민의 의견수렴이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는지도 모르겠다”고, 또 다른 구민은 “박강수 구청장은 마포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맞습니까? 마포구를 망치기 위해 국힘에서 내려준 사람인가요? 뭐가 구민들을 위한 정책인지도 모르고 도서관이 영리 목적 사업인 줄 아는 구청장에게 다시는 선출직 공무원을 맡길 일은 없을 겁니다. 도서관 폐쇄 정책 폐지하길 바랍니다”고 썼다.
마포구는 8일 해명자료를 내고 “작은도서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근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터디카페’ 등 공간까지 추가하는 것”이라며 “독서 공간은 물론, 수험생과 취업준비생 등이 야간 시간대에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장소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 구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활용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는, 바로 전날 구의 공식해명에서 수 시간만에 달라진 것이다. 마포구는 지난달 작은도서관 위탁 운영단체와의 재계약서에 날인까지 했다가 이달 갑자기 ‘다음달 말 계약만료 뒤 더는 재계약하지 않고 현재의 관장(사서) 고용도 종료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8일 마포구가 해명한 대로라면, 구는 향후 작은도서관 규격, 사서 고용, 서비스 등을 이전대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스터디카페 기능을 보태자면 설비 추가 외 공간 확장, 나아가 야간시간대 추가 관리 인력도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박 구청장 본인의 ‘도서관 예산 절감’ 방침과 충돌하는 것은 물론, 민간 스터디카페 업계와의 갈등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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