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라가는 호남·제주…물 공급 곧 끊길판

진창일 2022. 11.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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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휩쓰는 역대급 가뭄
동복댐 저수량 작년 절반 수준
겨울철 접어들며 비도 안 내려
광주 30년 만에 제한급수 위기
내년초 상수원 고갈 가능성에
물 절약 캠페인·기우제 나서
지난 2일 전남 화순군 동복호의 저수율이 약 32%로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과 제주 등 남부지방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업용수와 식수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지역은 가뭄이 해갈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만에 '제한급수' 시행이 우려되고 제주에서는 농민들이 역대급 가뭄 해소를 바라며 기우제까지 지내고 있다.

8일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주요 상수원 저수량은 △동복댐 2090만2000t(저수율 32.51%) △주암댐 1억4749만8000t(32.28%) 등으로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초 고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광주지역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약 52만t으로 동복댐에서 42%, 주암댐에서 58%의 원수를 정수해 공급한다. 주암댐은 광주뿐만 아니라 목포,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등 전남 10개 시군에도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이다.

동복댐은 지난해 저수량 6760만t, 저수율 73.5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주암댐도 지난해에는 저수량 2억5066만9000t, 저수율 54.85%를 기록하면서 올해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요 상수원인 두 댐의 저수율이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상태"라며 "10월이 지나면 갈수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다량의 강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복댐 저수율이 7% 미만으로 떨어지면 상수도 제한급수가 시행될 수 있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약 160일 동안 제한급수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에 제한급수가 이뤄지면 30년 만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5일부터 동복댐 등 주요 상수원 저수율 하락에 따른 '비상급수대책' 시행에 이어 '시민 1인당 20%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면서 상수원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주시는 시민들을 상대로 △수도계량기 수압 조절 △양변기에 페트병 넣기 등 물 절약 방법을 알리면서 노후 수도계량기 교체, 누수 탐사 강화로 수돗물 유실률을 낮추려 하고 있다.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용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이나 수영장 등 인공수원 전수조사를 통해 소방용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전남도 일부 도서지역에선 상수도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주민 3550명이 거주하는 완도군 금일도는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가 시작됐다. 인구 2263명의 완도군 소안도도 지난 1일부터 2일 급수, 5일 단수가 시행됐다.

지난 7일 제주시 구좌농협 임직원들과 읍사무소 공무원, 당근 농가들은 용눈이오름 정상에 모여 비를 바라는 기우제를 봉행했다. 이곳은 두 달 가까이 가뭄이 계속되면서 생육기를 맞은 작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의 강수량은 19.6㎜로 평년(91.6㎜)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10월 11일을 시작으로 21일간 비가 내리지 않아 1973년 이후 10월 '연속 무강수 일수'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농민들 마음이 더욱 애타는 이유는 태풍 뒤 곧바로 가뭄이 들이닥쳐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구좌읍 농민들은 지난 9월 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당근 재배지 약 1200㏊ 중 30%가 바닷바람에 상하는 피해를 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제주도는 가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대응에 나섰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작물 가뭄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급수장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가뭄이 더 악화될 경우 예비비 사용승인 지원계획까지 수립해 비상대책근무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은범·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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