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시내버스 20여일째 파업중…회사는 “예산 더 달라” 모르쇠
수능일 오는데…시 임대버스·1천원택시 임기응변
전남 목포지역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목포지역 시내버스업체인 태원여객·유진운수와 노조, 이들을 지원하는 목포시는 양보 없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파업 해결의 실마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자동차연맹 광주·전남지역노동조합 태원·유진지부(노조)가 지난달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며 23개 노선버스 157대가 모두 멈춰 있다. 이들은 지난해 임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회사 적자를 이유로 올해 4~9월 원래 임금의 40~60% 수준만 받자 9월28일 투표를 거쳐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현재 310만원인 월급을 광양·여수·순천 등지의 버스운전노동자와 같은 수준인 320만원으로 올리고 만근 일수(한 달 치로 인정하는 근무 날짜) 1일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김기만 노조 부지부장은 “그동안 노조원들은 회사 사정을 고려해 임금이 밀려도 해결을 기다리며 참고 있었지만 9월 추석도 제대로 쇠지 못하는 상황에 닥치자 파업을 결심했다”며 “만근 일수는 운전자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다른 도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연료비 상승으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 노선은 목포시의 승인을 거쳐 개설하는 만큼 목포시가 적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철 태원여객·유진운수 대표는 지난달 31일 목포시 등이 참여한 ‘시내버스 정상화 대표자회의’에서 “목포시가 체불임금(24억원), 연료비 미납금(21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휴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버스 1대당 하루 53만원의 수익이 나야 적자를 면하는데 23개 노선 중 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하루 수익이 5만~10만원에 불과하다”며 “시에서는 매년 협상을 거쳐 적자를 보완해주고 있지만, 노조는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시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전까지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목포시는 최근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버스회사에 지원한 상황에서 회사가 또다시 지원을 요구한다며 안일한 경영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목포시는 태원여객에 2019년 75억원, 2020년 77억원, 2021년 102억원, 올해 118억원을 지원했다.
윤병종 목포시 교통행정과장은 “노선 변경, 구조조정 등 회사는 적자 운영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이 매년 예산 지원만 원하고 있다”며 “이번 파업사태는 해결 노력을 하지 않은 회사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목포시는 임대버스 40여대를 투입해 이용 승객이 많은 1번, 9번 노선을 아침 7시~낮 12시, 오후 4시~저녁 9시에 운영하고 있다. 9일부터는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임대 택시 150여대를 출퇴근 시간(아침 7~9시, 오후 4시30분~저녁 7시30분) 시내 주요 8개(1번, 1-A번, 6번, 9번, 13번, 15번, 20번, 60번) 버스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도 검토하지 있지만, 예산 문제로 구체적인 시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며 시민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 목포시 누리집의 시민소통신문고를 보면 ‘기약 없이 정류장에 앉아있을 수도 없고 하루 이틀 택시 타는 것도 한계가 있지요’ ‘하루빨리 파업이 종료돼 직장인, 모든 학생이 편히 버스를 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언제까지 시내버스를 파업하는 걸 방치 할겁니까’라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며 수험생 운송 문제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목포에서 응시하는 수험생은 모두 2421명이다. 목포시와 전남교육청은 예비소집일, 수능일에 임대버스 30여대, 1000원 택시를 투입할 방침이다.
정태관 전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파업을 막지 못한 목포시와 운영 개선을 하지 않은 회사 모두 잘못”이라며 “버스 운영 원가 등을 투명하고 공개하고 준공영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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