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환급 받으려다 손실만 눈덩이, 코스닥벤처펀드의 몰락
증시 침체·IPO 시장 약세가 원인
직장인 A씨(32·남)는 코스닥벤처펀드 해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세금 수십만원을 환급받으려다 그보다 몇 배의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보면 A씨는 코스닥벤처펀드를 해지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소득공제를 받아 펀드를 해지하면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해 고민이 크다.
주식시장 약세와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이 악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연말정산을 위해 펀드를 유지해왔던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 17개의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16.25%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23.9%보다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펀드는 이보다도 못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7일은 기준으로 현대자산운용이 -4~5%대를 기록하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KB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18~20%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올자산운용은 -30%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 육성과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된 펀드다. 펀드 투자금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투자 시 소득공제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 금액의 10%,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출시 이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도 줄어들고 있다. 7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코스닥벤처펀드에는 48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975억원, 원자재펀드와 천연자원펀드에 각각 600억원, 578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연초 이후부터 지난 7일까지 코스닥벤처펀드에서 1765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갔다.
코스닥벤처펀드 부진은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천스닥’을 뚫으며 고공행진 했던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고꾸라졌다. 현재는 7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올해 개장 날(1월 3일)에 비해 32.3% 급락한 수준이다.
여기에 IPO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줬다. 하반기 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던 골프용품 유통업체 골프존커머스는 기관 수요 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 2주를 남기고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과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 전에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요인은 시장이 냉각됐다는 것”이라며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들의 가장 큰 목적은 공모주에 투자해서 성과를 얻고자 함인데 공모 시장 자체가 냉각되다 보니 기존의 성과도 더뎌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올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IPO 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하기만 하면 완판될 정도로 가장 인기 있었던 펀드 중 하나였다”면서 “연초부터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고 투자열기도 많이 식어 공모주 투자 성과가 많이 부진해지자, 코스닥벤처펀드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득공제를 받으려 코스닥벤처펀드를 가입한 투자자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은 코스닥벤처펀드 가입 3년을 유지해야 제공된다. 단 한 번만 가능하고, 소득공제를 받은 뒤에도 3년 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소득공제를 받은 뒤 펀드를 해지하면 기존에 받았던 공제금액을 토해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득공제만 보고 가입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 “소득공제만 보고 펀드 가입을 유지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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