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투심 위축'에 흥국생명 번복…금융당국 안일한 대응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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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콜옵션(조기상환) 번복'을 두고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흥국생명 콜옵션 연기때 "금융위·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소통해왔다"고 밝힌 바 있어 금융당국 역시 사후약방문식 대응 비판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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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콜옵션(조기상환) 번복'을 두고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못해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흥국생명 스스로도 번복 이유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꼽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은 위험한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방아쇠를 당긴 셈"이라며 "금융위원장은 안이함을 떨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금융당국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채무불이행은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실질적으로 5년 만기를 예상하고 투자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이 무산되면서 외화로 발행한 한국물이 요동쳤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의 가격은 공시 후 나흘간 27.5% 폭락했다. 이와 함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등의 신종자본증권 가치도 급락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에 콜옵션 행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고 흥국생명은 콜옵션 미행사를 공시한 지 6일만에 입장을 바꿨다. 대주주인 태광그룹도 나섰다.
흥국생명은 전일 싱가포르거래소를 공시를 통해 '불필요한 상환능력 우려',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등을 언급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발행자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사가 발행사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조기상환 자금은 주요 시중은행이 5000억원의 규모 흥국생명 RP(환매조건부채권)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조달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보험사 하나만 보면 적절한 조치이지만 시장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가 '제2의 김진태 쇼크'로 키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흥국생명 콜옵션 연기때 "금융위·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소통해왔다"고 밝힌 바 있어 금융당국 역시 사후약방문식 대응 비판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적에 100% 공감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논란이 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상당수를 국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5년으로 자금운용 계획을 세웠는데 콜옵션 미행사로 자금이 묶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평가이익이 크게 떨어지고 손절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국내 주요은행들이 RP 매입 등으로 흥국생명 구하기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BBB- 등급인 흥국생명의 외화채권에 외국계 기관들은 사실 큰 관심이 없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많이 들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 콜옵션 미행사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을 연기한 DB생명도 조기상환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다만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300억원으로 규모가 작고, 1인(사모)이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있어 흥국생명 사례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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