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그]오송에 들어선 첫 민간 영장류 연구시설…"국산신약 주춧돌 될 것"
[편집자주] [바이오로그]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바이오산업이 각 국가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의약품 개발·제조에 국한됐던 바이오산업 범위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과 조합을 이루는 첨단융·복합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산업 현장 깊숙이 찾아가 진화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일지(log)를 기록해본다.
"국내 최대 영장류 연구시설을 통해 국산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
국내 1위 비임상 CRO(임상수탁기관) 기업 바이오톡스텍의 자회사 키프라임리서치가 국내 첫 민간 영장류 연구시설 오송캠퍼스를 통한 사업 본격화에 나선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등 개발에 필수적인 동물시험 국산화를 통해 국산 바이오신약의 개발 성공 문턱을 낮춘다는 목표다.
키프라임리서치는 연간 1500건에 달하는 독성 및 유효성 시험 수행을 통해 누적 3만건 이상의 시험 경험 축적한 바이오톡스텍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결해 만든 자회사다.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시밀러, 백신, 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한 영장류 독성시험에 대한 해외 의뢰 어려움과 병목 상황 해결은 물론,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설립했다.
동물시험은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후보물질발굴과 임상 1상으로 시작되는 본임상 전 단계(비임상)에 위치한 개발 단계다. 인체에 직접 약물을 시험하기 전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과 독성, 부작용을 예측하는 시험이 주를 이룬다.
영장류는 시험동물 중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 서열(93% 일치)과 대사관여 수용-운반체(95%)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신약개발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동물시험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약개발이 단계별 세분화를 통한 외주 형태로 분업되면서 각 단계별 CRO 경쟁력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각 국가별 연구경쟁력 확보와 역량 선점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행보는 더딘 편이다. 안정성평가연구소(KIT)와 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정부 주도 시험이 진행되고 있을 뿐, 두각을 나타내는 민간기업은 딱히 없다. 대규모 시설의 경우 이번에 준공한 오송캠퍼스가 유일하다. 이에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동물시험은 연간 2000건 이하다. 한 해 10만마리 가까운 영장류를 대상으로 시험이 진행되는 미국은 물론, 이웃국인 일본(2만~3만마리)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때문에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영장류 비임상 시험을 위해 해외기업에 의뢰하는 방식을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2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등 신약개발 지연으로 애를 먹어왔다. 이는 영세한 바이오벤처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 상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
키프라임리서치는 이번 오송캠퍼스 준공을 통해 국산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신속한 동물시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연면적 약 9430㎡ 규모로 조성된 오송캠퍼스는 영장류 약 1150마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세계 7위 규모다. 연간 최대 135건의 시험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첫 삽을 뜬 뒤 1단계 사업에만 700억원을 투자해 지난 3일 준공식을 마쳤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오송캠퍼스가 국내사 신약개발의 주춧돌 역할을 하겠지만, 고객이 국내사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영장류의 경우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규모있는 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며 "이미 준공 전 미국과 벨기에, 네덜란드, 태국 등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견학을 다녀간 상태로 향후 국내와 해외 절반씩의 비중의 CRO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CRO 사업의 핵심은 숙련된 인력과 충분한 규모를 갖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싸움이다"며 "특히 영장류의 경우 개체 관리 난이도가 중요한데 계열사 등을 통해 오랜기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내달 첫 영장류 도입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GLP(우수실험실기준) 인증을 획득하고, 백신이나 바이오의약품 안전성·유효성 평가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수요가 높은 안과와 중추신경계, 호흡기 질환 쪽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외상황 역시 긍정적이다. 전세계 영장류의 가장 큰 공급처였던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갈등에 해당지역 영장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국과 주변국 등도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강종구 키프라임리서치 회장은 "이미 계열사를 통해 생체시료분석, 실험동물 판매, 동물의약품 개발, 감염병 연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바이오톡스텍에 키프라임리서치가 민간 영장류 시험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켰다"며 "국내 최초 지위를 넘어 지난 2016년 354억달러에서 2021년 646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한 세계 CRO 시장에서도 선두권 경쟁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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