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최 “섬세하고 그윽한 클래식 색소폰 세계 알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임석규 2022. 11.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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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하면 재즈 등 대중음악을 위한 악기로 생각하기 쉬운데, 본시 클래식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다.

이런 이유로 독보적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34·본명 최진우)가 한국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대부분 '국내 초연'이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색소폰은 마우스피스와 리드가 달라요. 주법도 재즈나 가요 연주와 차이가 있는데, 클래식에선 윗입술을 두텁게 말아서 불어요. 다른 악기라고 보면 됩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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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24일 공연
‘라흐마니노프\' 색소폰 앨범 발매 기념공연
국내에 독보적인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34)가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했다. 8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테너 색소폰을 연주하는 브랜든 최.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색소폰 하면 재즈 등 대중음악을 위한 악기로 생각하기 쉬운데, 본시 클래식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다. 클래식 곡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클래식 색소폰 연주를 접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독보적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34·본명 최진우)가 한국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대부분 ‘국내 초연’이다. 그가 ‘세계 초연’으로 연주하는 곡들도 많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곡들로 채운 색소폰 앨범도 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색소폰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앨범은 최초. 오는 24일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이를 기념하는 연주회도 연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그마한 연주장 ‘포니정홀’. 브랜든 최가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알토색소폰으로 연주했다. 평소 재즈나 가요 연주에서 흔히 듣던 알토색소폰과 음색이 조금 달랐다. 더욱 부드럽고 섬세하며, 그윽하고 아련했다. 그는 현악기에서 손가락을 퉁겨 연주하는 피치카토 연주법과 비슷한 ‘슬랩텅잉’ 주법도 선보였다. 혀로 리드를 누르면서 공기를 빨아들여 ‘통통’거리는 소리를 내는 연주법이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색소폰은 마우스피스와 리드가 달라요. 주법도 재즈나 가요 연주와 차이가 있는데, 클래식에선 윗입술을 두텁게 말아서 불어요. 다른 악기라고 보면 됩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앨범엔 알토와 테너, 바리톤 색소폰으로 각각 연주한 9곡이 담겨 있다. 음향이 탁월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했다.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가 발매한 라흐마니노프 앨범. 색소폰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음반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다. 뮤직앤아트 컴퍼니 제공

국내엔 수많은 색소폰 클럽과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노장년층엔 이 악기를 즐겨 연주하는 애호가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가요와 팝, 재즈를 연주한다. 클래식 색소폰 연주는 불모지에 가깝다. 앨범을 내는 전문 클래식 연주자도 브랜드 최가 거의 유일하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던 그가 색소폰의 음색에 빠져든 건 고교 2학년 시절.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미국과 유럽에서 클래식 색소폰을 제대로 공부했다.

귀국 이후 6년째인 그는 클래식 색소폰이란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연주 기회가 올 때마다 관객이 이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다. 대학들을 찾아가 정규 교육과정 개설을 제안하고 열심히 설득했다. “색소폰도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하냐”고 묻는 음악계 관계자들을 만나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설명하며 연주 기회를 넓혀갔다. 고군분투였다.

“외로운 싸움이었어요. 누군가 따라 할 수 있는 롤모델이 없었거든요. 이제는 공공 오케스트라들에서 협연을 해보자는 연락이 와요. 정규 과정을 개설한 대학들도 차츰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는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 인천시향, 수원시향 등과 협연했다. 각종 음악제에서도 그를 찾고 있다. 색소폰은 정규 오케스트라 편성용 악기는 아니지만, 비제의 <아를의 여인>, 라벨의 <볼레로> 등 유명한 기악곡에서 한 파트를 담당한다. 드뷔시도 색소폰을 위한 협주곡을 썼다. “금관의 웅장함과 목관의 유연함을 다 지닌 악기가 색소폰이에요. 5옥타브까지 올라갈 정도로 음역도 풍부하지요.” 그는 “너무나 사랑하는 이 악기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독주곡과 오케스트라 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하겠다는 거다. 그는 오는 24일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이번 앨범에 담긴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연주한다. 이날 연주회에서 <전람회의 그림>도 살짝 선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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