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꾼 숲'…기후변화 따른 순환경제 완성 첨병 나선다
지구온난화로 산림 역할 부각
산림복원 통해 온실가스 통제
기업, 숲 활용해 탄소중립 실천
함양, 산림인증 목재 활용 선도
임업진흥원 산양삼 특화센터
310개 농가법인 소득창출 지원
국내 첫 기업형 조립 SK임업
인등산 등 전국 4500ha 조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여파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산림의 탄소흡수원과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재생 가능한 목재 자원을 통한 순환경제 확대, 산림과 생태계 보존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산림 이용,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등 산림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나무는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한다. 목재 1㎏은 0.84㎏의 탄소를 머금는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천연 저장고’인 셈이다. 시멘트과 강철 등 기존 건축 소재들이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정반대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뿐 아니라 자사 제품의 밸류체인(가치사슬) 내에 포함된 협력사와 공급망 전체를 모니터링한 뒤 산림인증 목재 등 지속가능한 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고 있다. 지역사회기반의 산림 복원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하거나, 이런 프로젝트로 발행된 산림 탄소 크레딧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구매해 전반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제하고 있다.탄소 크레딧은 기업이 산림 투자 등을 통해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 인증해 주고 그 감축량 자체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숲을 활용한 재생 가능한 원료와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 같은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도 숲을 활용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산림인증 목재로 만든 산양삼 특화센터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인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한국임업진흥원 산양삼 특화산업진흥센터는 국내 첫 산림인증(PEFC/KFCC) 건축물이다. 4990㎡(약 1500평) 대지 위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들어선 이 건물은 생산,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산림인증 목재로 만들어졌다.
건물 외부는 친자연적인 소재인 테라코타(흙을 구운 재료)가 사용됐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공급 장치, 폐열을 이용할 수 있는 환기 장치 등 환경을 고려해 건물 곳곳을 설계했다.
산림인증은 불법 벌목을 금지하고 산림경영, 임산물의 가공 및 유통과정 전반에서 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천하는지 제3자 평가를 통해 인증하는 제도다. PEFC는 국제 비영리 및 비정부기구(NGO)인 산림인증제도(PEFC)가 부여하는 국제 인증이다. 한국임업진흥원이 2016년부터 시행 중인 한국산림인증제도(KFCC)와 상호 인증된다.
지리산 인근에 자리한 함양군은 국내 산양삼 산지로 유명하며, 산양삼을 재배하는 농가와 법인이 310개에 이른다. 산양삼 특화산업진흥센터는 주변의 산양삼 및 임산물 재배농가, 기업, 연구소와 연계해 산양삼 및 임산물의 생산성, 상품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양한 행사와 교육프로그램 개최를 통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함께 호흡하면서 유기적인 연대, 지역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열린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은 건설자재 선택부터, 설계 그리고 미래 활용성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우선순위”라며 “일부 광물건축자재를 목재로 대체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발적 탄소시장 뛰어든 SK임업
충북 충주 인등산은 1972년 SK그룹이 SK임업(서해개발)을 설립하고 한국 최초의 기업형 조림을 시작한 이래 50여 년간 가꿔온 대규모 산림경영지다. 이 지역은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산림관리를 실행되고 있음을 인정받은 PEFC/KFCC 인증 산림이다. 산양삼 특화산업진흥센터 건축에 사용된 목재 51.3㎥이 SK임업의 조림지에서 생산되고, 산림조합 중부목재유통센터에서 최종 가공돼 해당 건물에 적용됐다.
SK임업은 인등산을 비롯해 경기 이천, 강원 횡성, 충남 천안 등 전국 4500헥타르(ha)에 달하는 조림지에서 400만 그루 규모의 산림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남산의 약 40배에 달하는 규모다. SK임업 관계자는 “목재는 현재 대규모 건설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하게 재생 가능한 건축 자재”라며 “SK임업의 산림경영지에선 하루에 50㎥ 규모의 숲이 자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임업은 이 지역에서 자란 산림자원을 적용해 순환경제 참여와 SK그룹 구성원의 탄소중립 실천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임업은 지속가능한 산림관리와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 감축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기업 또는 기관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뜻한다. SK임업은 2017년부터 보유한 모든 임야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산림탄소상쇄제도에 등록해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근간을 마련했다. 이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매년 3만7000tCO2(이산화탄소톤)이 상쇄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측하고 있다.
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서도 국내 공·사유림 대리 경영을 통해 탄소배출권 협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산림면적은 625만ha 수준이다. 이 중 국가가 소유하지 않은 사유림은 415만ha로 전체의 약 66%에 해당한다.
국가가 집약적 산림 관리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산을 가꾸고 있었지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선 좀 더 집약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가운데 현재 약 37%에 머물러 있는 사유림의 산림경영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방치된 산의 산림경영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향후 ‘탄소 플랫폼’을 통해 2030년 기준 약 100만ha 이상 국내 공·사유림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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