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군 반격에 헤르손 요새화…남부 전선 '분수령' 될 듯

김민수 기자 2022. 11.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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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헤르손서 민간인 대피령…전력·수도 끊고 인근 지역에 지뢰 매설
지난 5월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군사 침공이 한창이던 남부 헤르손 시의 항공 사진. 2022.05.20/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크라이나가 개전 초기 러시아군에 빼앗긴 첫 주요 도시 헤르손을 탈환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남부 전선의 핵심 요충지인 헤르손을 빼앗긴다면 남부 전선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8월 말부터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100여곳 이상의 지역을 탈환했으며, 꾸준히 헤르손에 접근했다.

남부 전선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당국은 지난달 모든 민간인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대피 명령이 민간인을 지키려는 것이 아닌 지역을 요새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현지 주민과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대피 명령 이후 중요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등 도시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7일 전황 보고에서 러시아군이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없도록 인위적으로 생활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손에 거주하는 페트로(30)는 NYT에 "그들(러시아군)은 헤르손의 오른쪽 제방을 사막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봇대를 폭파시켰기 때문에 전력과 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송전선이 파괴돼 전력이 차단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 군사행정부 책임자는 "전문가와 장비가 부족해 송전선을 신속하게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러시아 침략군이 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州)의 노바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의 모습. 2022.11.06/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야누셰비치는 여기에 더해 러시아군이 헤르손 인근 지역인 베리슬라프의 배수탑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점령한 헤르손 주(州) 노바카호프카 마을의 댐과 도로를 점령했다. 노바카호프카는 주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력발전 댐이 자리 잡고 있으며, 크름반도(크림반도)로 향하는 수로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군이 노바카홉카를 탈환한다면 퇴각하는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퇴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댐 북쪽에서 약 30마일 떨어진 지점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여전히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노바카호프카의 댐을 폭파하려고 한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댐이 파괴된다면 드니프로 강 양쪽에서 홍수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카호프카 댐이 파괴된다면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가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설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시가전으로 끌어들이려 철수설을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저항 활동가를 색출하기 위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점령지역에 대한 저항 활동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인 '국가 저항 센터'는 7일 러시아가 "강도 높은 불시 단속과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앞서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인을 구금하거나 저항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검열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 7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 당국이 90만명에서 160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을 러시아 영토로 "강제로 추방했다"고 언급했었다.

우크라이나 '국가 저항 센터'는 러시아 수용소로 끌려간 인원들이 그곳에서 심문을 당하고 고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임명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곳의 행정 수반과 함께 합병 조약식에서 "러시아"를 외치고 있다. 2022.09.30/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러시아가 이같이 필사적으로 헤르손을 사수하려 하는 이유는 상징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헤르손은 개전 초기인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처음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이다. 이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헤르손을 비롯한 점령지 4곳을 불법적으로 병합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 한다면 푸틴의 병합 주장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헤르손은 남부 전선의 운명을 가를 요충지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군은 드니프로 강 서쪽에 위치한 헤르손 지역을 교두보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와 오데사까지 점령하려고 했다. 만약 이 작전이 실현됐다면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은 완전히 봉쇄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이러한 전략 실현도 물거품이 되며, 드니프로강 서쪽의 유일한 거점도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헤르손을 지키기 위해 본토에서 전투기를 급파하고 탄약 등 물자를 비축했으리라 예상하고 있으며, 약 4만명의 러시아군이 드니프로강 서쪽 방어선에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헤르손 전투가 시작된다면 매우 잔혹한 시가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헤르손을 침공하기 전 이곳의 인구는 25만명 이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현재 헤르손에는 약 3만~6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도시를 요새화함에 따라 민간인을 러시아에 "배치"하고, 전력과 수도를 차단하면서 남아 있는 주민의 고통은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민간인 피란민을 태운 선박이 항구에서 출발하고 있다. 2022.10.3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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