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제시하는 극복 방법

트라우마는 정신 상태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인 충격을 말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실제적인 죽음에 대한 위협이나 심각한 부상 또는 매우 혐오스러운 장면 등 정신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면서 발생한다.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복방법에 대해서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재경험, 자극에 대한 회피, 인지 기능과 감정의 부정적인 변화, 과민해진 각성과 반응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건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이나 꿈, 그리고 비슷한 반응에 대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이나 신체적 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불편감을 자극하는 장소나 사람, 행동 등을 피하게 되며 일상생활에 문제를 초래합니다. 외상과 관련된 중요한 기억이 없어진다거나 일상생활에서의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 분노, 죄책감 등도 보일 수 있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나 작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놀라는 모습이나 불면증 등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개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통적으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큰 사건이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주관적으로 각각의 개인에게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기준은 매우 모호할 수 있지만 여러 상황, 다양한 이유로 본인에게만은 매우 치명적인 사건을 무조건 작은 일로 치부하지 않고 관심을 두는 추세입니다. 자라온 환경이나, 문화, 인종, 성별 등에 따라서도 사건의 충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트라우마를 준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그 장소에 있지 않았어도, 사건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마치 그 사건을 경험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이번 핼러윈 축제 참사도 여러 매체의 무분별한 보도와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과 사진이 개인 SNS 통해 끊임없이 유출되면서, 잘못된 정보를 양산 시키는 문제 외에도 사건 현장에 없었던 불특정 다수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트라우마 극복 위해서는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우선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런 참사 후에 느끼는 감정 모두가 병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참사와 같이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애도 반응과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더불어 본인의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힘든 감정이나 정신건강의학적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과도한 걱정보다는 적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감정이 부적절한 죄책감이나 극단적인 생각, 행동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일상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대로 운동 등 본인의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추가로 반복적으로 사건 당시의 영상이나 사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건에 관한 생각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산책이나 모임, 취미활동 등을 하는 시간을 늘려 자연스럽게 생각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복식호흡이나 근육 이완을 통해 긴장감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위에 제시한 노력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어렵거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악화한다면 적극적으로 주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경청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줌으로써 언제든지 원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혹 주변에서 섣부른 도움을 주기 위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도 않고 본인들의 판단만으로 도움을 준다면, 당사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며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정서적 지지 치료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여러 증상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항우울제, 안정제 등의 약물 치료, 정신역동적 정신 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 요법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과 경두개 자기자극법(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트라우마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