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제2의 김종부가 나올까?…무소속 구성윤의 도전
카타르 출항을 앞둔 벤투호에선 남들과 다른 조건으로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골키퍼 구성윤(28·무소속)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구성윤은 지난 9월 김천 상무에서 전역한 직후 전 소속팀 대구FC와 계약을 해지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아직 새로운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 마지막 소집에 유일한 무소속 선수로 합류한 구성윤이 12일 발표되는 최종엔트리(26명)에 이름을 올린다면 하나의 역사가 될 수 있다.
축구 선수에게 간판이나 마찬가지인 소속팀도 없이 월드컵에 참가한다는 것이 워낙 드문 일이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봐도 1986년 멕시코월드컵 3개월 전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렸던 김종부 허베이 감독 사례가 유일하다.
당시 고려대는 4학년이었던 김종부를 제명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선수 등록 취소 처분을 요청했다. 최고의 선수가 소속팀도 없이 월드컵에 참가할 뻔 했는데, 국민적 사안이라 고려대가 대회 기간에만 축구부에서 제명을 번복했다가 재신청하는 촌극으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따진다면 김종부는 고려대 학생으로 참가한 것이니 제2의 김종부가 아닌 제1의 구성윤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성윤의 무소속 도전이 성공으로 끝날 확률은 반반으로 평가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소집에 골키퍼 4명을 불렀다. 최종엔트리 안배를 고려한다면 골키퍼는 3명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김승규(32·알 샤밥)와 조현우(31·울산)가 주전을 다툰다는 점에서 안정권으로 분류된다면, 구성윤은 송범근(25·전북)과 남은 한 자리를 싸워야 한다. 이른바 ‘No.3’라 불리는 위치지만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대비한 경험 차원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구성윤과 송범근 모두 올해 K리그1 선발 자원이라 기량의 우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A매치 경력도 구성윤이 4경기, 송범근이 1경기로 큰 차이가 없다. 구성윤이 9월 전역 직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이 변수일 수 있다. 벤투 감독이 과거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했던 수비수 김영권(울산)을 꾸준히 대표팀에 부를 정도로 간판을 따지지 않은 전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무소속 월드컵 참가 선수는 나라 밖에서도 화제를 모으는 사안이다.
‘아트사커’ 프랑스의 지휘자로 2006년 독일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이 대표적이다. 당시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은퇴를 선언해 소속팀 없이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하는 역사를 남겼다.
한국의 카타르월드컵 첫 상대인 우루과이에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주장인 디에고 루가노가 무소속으로 참가해 16강까지 진출했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에서도 주포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클루브 나시오날과 단기 계약이 만료돼 무소속으로 참가한다. 한국의 또 다른 상대인 가나에선 아사모아 기안이 무소속으로 월드컵 참가를 노렸으나 최근 발표된 예비엔트리(55명) 제외로 무산됐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돌아온 캐나다는 한 팀에서 가장 많은 무소속 선수가 월드컵을 참가한 사례로 기록에 남아있다. 캐나다는 1985년 미국프로축구(MLS) 전신인 북미사커리그가 1985년 해체된 직격타로 6명의 무소속 선수가 멕시코월드컵에 참가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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