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부동산 경착륙’ 굉음 듣지 못하는 국토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로 진행됐다. 한국이 마주한 경제 위기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정부의 고민과 적극적인 대응을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회의였다.
생중계 후 야당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도 경제도 민생도 없었다”고 했고, 같은 당의 우상호 의원은 “지금 가장 큰 현안은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을 다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중도개발공사의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나온 비판이다.
전문가나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회의에서 다뤄지진 않은 것은 맞지만,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나온 걸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은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부동산 경착륙 공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잘 궤뚫었다는 것이다. 누적된 금리인상 효과로 투자 수요가 급감해 부동산 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돈줄이 막힌 게 최근 자금시장 경색의 출발점이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대책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 ▲투기과열지구 등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기존주택 처분 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 등이었다. 부동산 경착륙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한 자금시장 경색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읽힌다.
LTV 상한을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은 과도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언감생심’으로 여기던 실수요층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신호까지 시장에 보냈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만든 비정상적인 규제를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도 유지하는 우스꽝스러운 정책 운용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 사회를 맡은 최상목 대통실 경제수석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방침을 발표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오늘 굉장한 성과를 올리신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토부 내부의 시각을 접해보면, 찬사가 어울릴 지 회의적이다. 미분양 통계를 바라보는 국토부 관계자들의 시각이 단적인 사례다. 국토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4만1604가구로 전월보다 27.1%(8882가구) 증가했다. 1년 전(1만3842가구)과 비교하면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완판 기록을 이어가던 서울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6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92.7%로 전분기(100%)보다 7.3%p 줄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로 청약 담청자들의 계약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이 계속 쌓이면 건설사들의 자금 회수가 늦어져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심각한 경우, 건설사가 도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5년 전국 평균 미분양 물량이 6만2000호였다. 올해 8월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3만호가량인데, 미분양 해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시점인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미분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는 속내도 읽힌다.
그래서인지 생중계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열흘이 넘도록 대통령 앞에서 약속한 투기과열지구 추가 해제를 위한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 속도전을 바라는 시장의 갈망과 달리 국토부는 느긋한 발걸음이다. 이래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을 양산해 집값 폭등을 유발한 국토부가 부동산 경착륙 우려에는 굼뜨게 행동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 경착륙을 알리는 굉음을 듣지 못하는 것인지, 안 듣는 것인지 궁금하다.
[윤희훈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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