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나도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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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20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단숨에 달려가 눈에 담은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는 불꽃놀이 축제, 스포츠 경기 길거리 응원, 유명가수 콘서트 등 좁은 면적에 수많은 군중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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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20일. 배낭여행 도중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국제불꽃놀이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단숨에 달려가 눈에 담은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날카로운 발사음을 내며 올라간 불꽃이 유명 만화 캐릭터로 변해서 터질 때는 함성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불꽃까지 눈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 일행은 그 순간 “망했다”는 탄식을 토해내야만 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전철역으로 몰리면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대회 폐막 직전에 방문객이 하나둘 빠른 걸음으로 전철역과 정류장으로 향하기 시작한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전철역 안에는 이미 앞뒤 좌우의 수많은 사람으로 둘러싸여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파 흐름에 몸이 휩쓸리고 있었다. 상행선으로 가려던 이들이 하행선 플랫폼으로 밀려 들어갔다. 역사 안은 가족·일행과 헤어진 이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내지르는 아우성으로 가득 들어찼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막차에 겨우 몸을 싣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튿날 밤 TV에서는 가슴 아픈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날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수많은 관중이 폭 좁은 인도교를 지나다 균형이 무너지면서 11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만일 요코하마가 아닌 아카시시 불꽃놀이를 보러 갔었다면'이라고 생각하자 식은땀이 흘렀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는 150명 넘는 청춘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 이후 온라인에는 “놀다가 죽은 걸 애도해야 하나” “외국 명절을 왜 챙기나” 등 사망자를 탓하는 글이 올라왔다. 주요 외신은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은 이들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오히려 사전에 대규모 군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행정 당국이 유동 인구 통제에 나섰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라고 설명했다.
아카시시 인도교 사고 사망자를 위한 변호인단 사무국장 사토 다케무네 변호사는 한국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군중 밀집 사고는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면서 “사고는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사망자의 일탈이 아니라 과도한 '군중 압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불꽃놀이 축제, 스포츠 경기 길거리 응원, 유명가수 콘서트 등 좁은 면적에 수많은 군중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사고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망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나도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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