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세연, 4년간 24억 수익…‘혐오 장사’ 방치하는 유튜브

정인선 2022. 11. 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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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유튜브 혐오·차별 콘텐츠 감시 보고서’
“이번에 조사된 혐오 콘텐츠 수익은 빙산의 일각”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후원금) 수익을 올리는 국내 유튜브 채널 다섯 곳이 여성과 성소수자 등을 혐오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로 지금까지 7천만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가 8일 공개한 ‘유튜브 혐오콘텐츠 수익 현황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혐오·차별 콘텐츠 규제 현황’ 보고서를 보면, 가로세로연구소와 김해꼬마티브이, 너알아티브이, 유재일, 시사타파티브이 등 다섯개 유튜브 채널의 슈퍼챗 수익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가로세로연구소는 2018년 7월 채널 개설 이후 올해 11월까지 24억원 넘는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슈퍼챗이란 실시간 스트리밍 중 채팅을 통해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이용자가 1천원을 기부하면 유튜버는 현지 판매세와 앱스토어 수수료 등을 제외한 700원 가량을 손에 넣게 된다.

참여연대 부속 기관인 청년참여연대가 국내 슈퍼챗 수익 상위 다섯개 채널에 올라온 영상 3만3천여개의 제목과 썸네일 이미지를 지난 7월부터 11월 초까지 약 4개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 총 120개 영상이 여성·성소수자 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욕설·괴롭힘과 선정적인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혐오 표현을 담은 영상 120개 중 59개는 슈퍼챗을 통한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국내 유튜브 채널 중 슈퍼챗 수익이 가장 많은 ‘가로세로연구소’는 혐오표현으로 번 돈 역시 가장 많았다.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 총 4213개 중 51개의 제목과 썸네일에 혐오표현 등 문제적 표현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한강 수영장 비키니 몰카’, ‘누가 여대생의 팬티를 찢었는가’, ‘엠비씨X 코로나 조만간 터질 듯’ 등 여성 혐오, 욕설, 선정적 내용 등이 담겼다. 이런 영상 가운데 43개는 모두 4792만원에 달하는 슈퍼챗 수익으로 이어졌다. 8일 현재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을 보면, ‘[현장출동]이태원 참사 근본 원인!!!’이란 제목의 영상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영상은 모두 비공개 또는 삭제 처리 된 상태다.

술을 마시며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먹방 채널 ‘김해꼬마티브이’의 경우, 1065개 영상 중 33개에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됐다. 주로 ‘OO컵녀’와 같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선정적인 키워드가 많았다. 이 채널은 33개 선정적 영상 중 7개에서 1921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거뒀다.

국내 유튜브 채널 슈퍼챗 수익 순위. 청년참여연대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목·썸네일에 문제적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 수입 현황. 청년참여연대 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년참여연대는 “영상을 일일이 재생해 본 것이 아니라 제목·썸네일 등 콘텐츠의 일부만 모니터링한 것으로, 이번 조사로 확인한 혐오 콘텐츠 수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실시간 방송은 모니터링이 어렵고, 방송 종료 후 영상을 삭제하면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유튜브에서 1시간만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방송을 해도 수천·수백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으니 더 많은 유튜버가 선동과 혐오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년참여연대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질의해 받은 답변 내용을 보면, 방심위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튜브 본사로 총 2676건의 혐오 콘텐츠 시정 요청을 보냈다. 이 중 대다수는 도박이나 불법 식·의약품 유통과 연관돼 있거나 성매매·음란 콘텐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콘텐츠, 기타 법령을 위반한 콘텐츠다. 차별·혐오 표현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방심위가 시정 요청을 보낸 경우는 전체의 0.22%인 6건에 불과하다.

청년참여연대는 “유튜버들이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혐오 산업’이 가능해진 데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개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법·제도적 근거가 부재해 국내 당국이 국외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배경도 있다”며 혐오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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