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단기 RP로 5천억가량 마련...태광그룹 유상증자 규모도 관심

내년 새로운 국제보험 회계 기준이 도입될때까지 단기자금으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흥국생명이 6일만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하면서 태광그룹의 자본확충 규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우선 환매조건부채권(RP)등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다만 RP의 만기가 길어야 3개월인 단기성 자금이기 때문에 그 사이 자본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RP는 마이너스통장의 개념이기 때문에 흥국생명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 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흥국생명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 흥국생명 8천억원 자금 마련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흥국생명 RP를 5000억원 규모로 사들일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RP와 자체 유동성 등으로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으로 우선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흥국생명은 우선 올 연말까지 지급여력(RBC)을 맞추기 위해 단기 자금 조달인 RP를 꺼내들었다. 현재 2조원 규모의 자본의 흥국생명이 5억 달러를 차환하면 RBC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 기준 RBC가 157%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새로운 국제보험 회계 기준이 도입되면 재무건전성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까지 버티기 위해 단기자금을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역시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 정치권, 금융당국 질타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콜옵션을 실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나 만기가 30년 이상이지만 사실상 콜옵션 행사기일을 만기일로 해석된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채권 시장이 침체돼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채권을 발행해도 10% 이상의 높은 금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흥국생명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의 행보에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오기형 의원은 "금융당국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이해력과 대처를 종합적으로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태도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도 "레고랜드 사태도 그렇고 왜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느냐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반복되는 상황을 왜 외면하고 축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금 전 경제 분야에서 언제 어디서 돌발적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응이 늦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흥국생명) 불안 해소가 안 되기에 저희가 근본적인 자본확충(증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속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흥국생명 건은 대주주가 증자하기로 했고, 콜옵션도 원래대로 발행하기로 했다"며 "수습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