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인권은 따로? COP27서 인권단체 홈페이지 차단한 이집트

김서영 기자 2022. 11. 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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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개막 행사장 입구에서 환경운동가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최국인 이집트가 보안을 이유로 이번 행사와 관련한 시위를 사실상 봉쇄해 예년과 달리 많은 운동가들이 행사장에 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국인 이집트가 와이파이로 인권단체와 뉴스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단식 투쟁 중인 인권 운동가의 건강 상태와 석방 문제 또한 이집트의 인권 탄압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COP27에 참석한 이들은 주최 측이 제공하는 와이파이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알자지라 같은 주요 언론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었다. 블로깅 플랫폼 ‘미디엄’, 이집트의 마지막 독립언론 ‘마다 마스르’ 등도 차단됐다. 청년 기후단체를 이끄는 한 활동가는 “COP27에서 정말 많은 웹사이트가 차단됐다. 우리로선 우리의 블로그를 이용할 수가 없어 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실과 정보 없이는 기후 행동도 없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리처드 피어샤우스 환경국장은 “이집트 당국은 독립 매체와 시민단체를 비롯해 약 700개 웹사이트에 접근을 차단했다. 이는 환경과 인권 문제 등 논의될 필요가 있는 주제에 대한 정보를 매우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기후 행동에는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27 개막 이후 개최국 이집트의 인권 탄압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인터넷 접근을 제한한 것은 기후 협상을 인권 문제와 분리하려는 이집트 정부의 의도를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이집트는 이번 COP27 동안 시위대에 허락된 공간을 회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에 뒀다. 인터넷 전화라고 할 수 있는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VoIP) 제한은 일시적으로 해제했지만, 웹사이트를 마음대로 차단할 수 있는 정교하고 광범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아랍인권정보네트워크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가 차단한 웹사이트에는 뉴스, 인권단체, 정치적 비판, 블로그 플랫폼, 가상 사설망(VPN) 다운로드 사이트 등이 포함됐다.

알라 압드 엘파타의 여동생 모나 세이프(가운데)가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동안 엘파타를 석방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석방과 수감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220일 넘게 단식 투쟁 중인 알라 압드 엘파타(41)의 건강 상태 또한 이집트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상징적 인물로, 근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지난 4월2일 단식을 시작했으며 지난 6일부터는 물도 입에 대지 않고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식이섬유만 섭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OP27 동안 그가 고비를 겪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엘파타의 여동생은 지난 7일 샤름엘셰이크에 도착해 “죽어가고 있는 내 형제를 당국에 상기시키기 위해 왔다. 너무 늦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엘파타는 이집트계 영국인으로 영국 또한 이 문제를 이집트 측에 거론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 7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 엘파타 문제에 관해 ‘깊은 우려’를 전달하며 해결을 촉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엘파타의) 죽음이 COP27의 모든 토론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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