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승리 점치는 주식시장...전기차·친환경 울고 에너지 웃었다
투자자들 공화당 수혜 업종에 베팅
“중간선거 호재지만 대내외 변수 주목”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주식 시장에선 공화당 승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정당별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을 선별했는데, 공화당 정책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공화당이 상·하원 중 한 곳만 장악하더라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주가 반등)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오는 8일(현지 시각) 실시되는 미 중간선거 결과와 10일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위험선호 심리가 부각됐다. 통상 미국 중간선거는 어느 정당이 승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벤트로 여겨지지만, 지금처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린 상황에선 예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 중간선거는 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국에서 동시 투표로 진행된다. 미국 안팎에선 이번 선거 결과가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반기는 물론 2024년 차기 미 대선 구도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표 결과는 동부 지역의 경우 이르면 오후 8시부터 나올 수 있지만, 주(州)마다 시차가 있는 만큼 정확한 당락 윤곽은 밤늦은 시간이 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당장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미 공화당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에너지,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등 제약사, 방산주 등 공화당 수혜가 예상된 업종은 연일 반등하고 있다. 전기차, 태양광 등 민주당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업종은 반대로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전날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1.18% 상승했다. 또 다른 정유업체 셰브론과 필립스66도 각각 1.19%, 1.88% 올랐다. 모두 공화당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인 에너지주로 묶이는 종목들이다. 공화당은 친환경 에너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 특정 에너지가 아닌 모든 에너지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간 투자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세우는 정책에 따른 수혜 업종을 비교해왔다. 두 정당의 입장이 다른 주요 정책으로는 ▲대중(對中) 정책 ▲생산 및 제조 시설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책 ▲기후 변화 대응 정책 ▲헬스케어 지원안 ▲증세 계획 등이다. 민주당 수혜 업종은 친환경, 배터리, 의료시설, 방산, 인프라가 꼽혔고, 전통 에너지, 제약사, 대형 플랫폼, 소비재 등은 공화당 수혜주로 제시됐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정당의 스탠스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며 “기후변화가 이번 선거의 중요 의제라고 생각하는 유권자 96%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은 아예 ‘반(反) ESG 행동주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책 모멘텀을 받아온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테마는 반대로 공화당 승리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심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솔라와 신재생에너지 업체 넥스트에라는 각각 4%, 1.92% 하락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5.01% 하락했고, 리비안은 2.09%, 니콜라는 3.38%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정치적인 트윗을 올린 것이 테슬라와 관련주 주가를 끌어내렸다. 테슬라는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종가 기준 17개월 만에 200달러선을 밑돌았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정당별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나뉘었는데,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우세한 쪽으로 기울었다. 전기차와 친환경 관련 ETF인 DRIV(0.7%), LIT(-0.42%), ICLN(-1.04%)는 혼조세를 나타낸 반면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에 분산투자해 공화당 수혜 ETF로 분류된 XLE는 1.72%, XOP은 3.3% 상승했다. 바이오테크 ETF인 IBB는 0.58%, 금융서비스·페이먼트 관련 ETF IYG는 1.13% 올랐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은 대외 정책보다는 미국 경기 회복에 집중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소비가 개선되는 시기에는 IYG같은 금융서비스·페이먼트 ETF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차적으로 국채 금리가 안정화되는 시기에는 ITB와 같은 홈빌더 ETF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공화당 중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중간선거가 끝나면 증시가 상승하겠지만, 대내외 변수가 산재한 만큼 지수 상승폭은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42년 이후 20번의 중간선거가 있었는데, 20번 모두 선거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년 누적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시장은 집권당과 관계 없이 중간선거 이후 부양정책 모멘텀에 대한 기대로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며 “상승폭은 3개월 내 10~15% 내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강도 긴축이 진행되고 있어 재정정책을 부양 기조로 선회할 여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예년 중간선거 시즌 대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에선 공화당 승리가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억제하면, 장기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지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세적인 강세장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베어마켓 랠리가 연장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대통령일 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증시가 더 많이 올랐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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