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연주' 어렵냐고요? 손으로 해본 적 없어 모르죠"
[EBS 뉴스12]
선천적으로 두 팔이 없는 대신, 발로 호른을 연주하는 독일의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은 관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특별한 곡도 준비했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발로 마스크를 벗고 연주를 준비하는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음정 조정은 왼발로, 음색 조절은 입술로 대신합니다.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그만의 연주법은 5살 때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창조한 겁니다.
인터뷰: 펠릭스 클리저 / 호르니스트
"한두 가지 연주법만 바꿔서 되는 게 아니고 수천 가지의 아주 미세한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호른 연주자들과 비슷한 소리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죠."
호른을 잘 연주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쫓은 지 올해로 16년째.
이제는 세계 무대를 누비는 연주자이자,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음악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발로 호른을 연주하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손으로 연주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답하는 펠릭스는, 꿈을 이루는데 신체 조건이 장애가 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펠릭스 클리저 / 호르니스트
"인생에서 시련을 겪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시련을 겪습니다. 포기하느냐,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다만 세상의 편견에는 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적은 독일에서도, 팔 없는 호르니스트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인터뷰: 펠릭스 클리저 / 호르니스트
"아무도 제가 호른 연주자가 되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요. 10년 전만 해도 모두 제가 어리석다고 했습니다. 그저 자신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믿어야 합니다."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네 번째인 펠릭스는, 독일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며 한국 팬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앙코르 순서에서는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을 추가로 연주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펠릭스 클리저 / 호르니스트
"끔찍한 일입니다. 비극은 한순간에 일어나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죠. 음악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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