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가 벼락부자 됐다…K진단, 정확도부터 높여야

정기종 기자, 김도윤 기자 2022. 11.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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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로 뜬 K진단, 끝물이냐 기회냐④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 진단기업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주가는 급락했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주요 진단기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성장 전략을 알아보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K진단의 미래는 어떨까.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는데, 벼락부자가 된 K진단은 어떨까."
"개별 기업의 역량을 집결하고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업계 차원의 협업 노력이 중요하다."

국내 진단기업들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지만 이 자금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막대한 자금도 뛰어난 콘텐츠와 결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K진단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투철한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효율적 투자가 관건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국내 진단기업들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지속적인 R&D(연구개발)와 사업화 노력 △해외 시장 진출 △오너와 경영진의 기업가정신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한 투자 △국내 진단 업계의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 마련 등을 꼽았다.

특히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로 시간이나 외부 시선에 쫓겨 성급한 투자로 자금을 비효율적으로 소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각 진단기업의 오너와 경영진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즉 기업가정신이다. 일부 진단기업은 실적만 좋아졌지, 여전히 외부와 소통 등 여러 측면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지 못했다. 최근 일부 진단기업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비판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진단기업은 오너가 사모펀드에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하고 900억원을 받았다. 물론 오너의 지분 매각을 선과 악의 개념으로 볼 수 없단 사실은 자명하다. 끝까지 책임을 지고 기업의 성장에 힘을 보태며 생사고락을 같이 할지,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지 선택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오히려 새로운 오너가 기업의 성장을 잘 이끌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진단업계 대표는 "국내 진단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나쁘게 말해 구멍가게 수준이라 할 정도로 영세하고 유의미한 정도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며 "이렇다 보니 임직원 맨파워나 기업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열악할 수밖에 없고, 일부 진단기업이 돈이 많아도 투자를 주저하는 모습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진단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자체 역량을 확보했는지 미지수"라며 "앞으로 국내 진단 업계의 미래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번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A사는 "업계 전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진단 시장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인사이트(통찰력)를 확보해야 한다"며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개별 기업들이 혁신적 경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K진단, 힘 합칠 수 있을까
국내 개별 진단기업은 각자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을 어느 정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단 산업의 현 주소에 대한 판단도 전문가 시각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문제는 전략대로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다.

또 업계 차원에서 낭비적인 경쟁보다 개별 기업들의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나 의사소통 구조를 갖출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진단 산업은 그동안 영세했기 때문에 업계의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단체를 구성하는 데 소홀한 측면도 있다.

국내 진단 업계 스스로 집중과 선택을 통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지도 변수다.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참여한 B사는 "국내 진단 업계엔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수 업체가 난립하며 중복으로 투자하고 경쟁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업계를 재편할 필요가 있고, 각 개별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사는 K진단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생존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한데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미 세계 시장에 진출한 기업과 사업 협업 혹은 분업을 통해 글로벌 고객에게 우수한 제품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국내 진단 업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얼라이언스(Alliance, 단체)를 통해 사업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자 전문화된 영역을 갖고 협업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D사는 "글로벌 기업들은 의료 분야에서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국내 진단기업들 역시 힘을 합쳐 디지털 전환에 동참해야 하고, 또 국제 기준에 부합한 기술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짚었다.

"진단 정확도부터 높여라" 지적도
의료 현장 일각에선 국내 진단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돈을 번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K진단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배경엔 정부의 지원과 운도 일정 부분 작용한 만큼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더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 기술 고도화를 통한 정확도 향상이 K진단의 핵심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하던 시기 워낙 진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여러 품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출시됐지만 충분한 검증을 위한 시간은 부족했단 비판도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온 만큼 업계와 규제당국 모두 진단 제품의 개발과 승인, 공급과 후속조치 등 과정에 대해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나온다.

이재갑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위원(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은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다 보니 기술의 유효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실제 일부 신속항원검사키트는 업체마다 기술력에 차이가 있었다"며 "위양성 등 정확도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일부 제품은 위험성이 있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시장에 제품을 풀어도 사후 검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량 회수하는 등 강한 조치를 취한다"며 "우리나라도 꼭 진단 제품이 아니더라도 여러 의료기기의 관리와 규제 전반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시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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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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