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단기 자금시장 경색 여파, 내년에도 지속”
내년 국내 금융시장은 각종 신용위험 발생에 대한 우려로 큰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강원 레고랜드 사태에서 시작된 단기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한 위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 금융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등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정책 또는 기저효과에 의한 반등은 2분기 이후에나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채권시장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를 비롯해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남종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우량 채권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만기가 짧아지면서 저신용·취약기업의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차환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이 단기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를 유예한 것이 시장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경우 개발사업 전반과 관련한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과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지난 9월 기준 842조3000억원으로, 2018년 말 대비 4년 만에 87.3%(449조원) 급증했다”며 “관련한 익스포저 및 잠재위험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림자금융은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펀드, 신탁, PF 대출 등 금융투자상품을 말한다.
신 위원에 따르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및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와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때 다중채무자, 고위험차주,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업황이 침체될 때 차환 실패 등의 위험이 벌어질 수 있다. 신 위원은 “개별 사업장 및 금융업권별로 자체 위기관리 노력을 하고, 정책당국은 긴급 유동성 공급채널 확보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국내 주식시장은 상반기엔 하방 압력이 지속하면서 변동성이 증가하다가 하반기에 소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조절하면 증시가 소폭 회복할 수 있다”며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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