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탈리아 와인 마시고 싶다면 ‘트레 비키에리’를 찾아라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와인·음식 전문 매체 감베로 로쏘 1991년부터 ‘트레 포르케타’ 발간/전세계 정통 이탈리아 식당 800여곳선정/1987년부터 이탈리아 와인 정보 담은 ‘비니 이탈리아’도 펴내/36번째 에디션 2023에 와인 2만5421종 리뷰 수록/올해 최고 평점 ‘와인잔 3개’ 트레 비키에리 455종 수상

지난 10월 14일 국내 외식업계는 놀라운 소식을 하나 받아들었습니다. 2016년(2017년판)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이 시작된 뒤로 꿈적도 않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리스트가 처음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첫 해부터 한식 레스토랑 ‘가온’과 호텔 신라 레스토랑 ‘라연’이 3스타를 굳게 지키고 있었는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선 라연이 2스타로 내려앉고 그 자리를 2스타이던 ‘모수’가 차지했습니다. 모수는 김진범 소믈리에가 ‘미쉐린 소믈리에상’까지 수상해 겹경사를 누렸답니다. 또 2스타에는 8곳이 선정됐는데 1스타이던 ‘스와니예’가 한계단 올라섰고 1스타 25곳에는 ‘강민철 레스토랑’ ’레스토랑 알렌’ ‘솔밤’ ‘이타닉 가든’ ‘일판’ 등 5곳이 새로 선정됐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탄생

미쉐린 가이드는 1889년 앙드레 미슐랭(Andre Michelin)과 에두아르 미슐랭(Edouard Michelin) 형제가 탄생시킵니다. 당시 프랑스 내무부 산하 지도국에 근무하던 형 앙드레와 세계 최초로 분리, 조립되는 타이를 발명해 미슐랭 타이어 회사(Manufacture Francaise des Pneumatiques Michelin)를 설립한 동생 에두아르가 서로 손잡고 미슐랭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정보국에서 안내책자를 발간하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도로는 매우 열악했고 자동차대수도 3000여대에 불과할 정도여서 운전 자체가 모험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죠. 이에 미슐랭 형제는 운전자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돕기 위해 각종 정보를 담은 책자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미슐랭 가이드가 탄생합니다. 처음에는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 식당, 숙박시설 등을 담아 제공하던 단순한 안내서였답니다. 하지만 1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글로벌 미식의 교과서’로 성장했죠. 프랑스에만 국한됐던 가이드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뉴욕 등 미국과 홍콩, 마카오를 거쳐 우리나라에 까지 상륙했습니다.

◆이탈리아판 미쉐린 가이드 ‘트레 포르케테’

미쉐린 가이드의 이탈리아 버전도 있습니다. 바로 ‘트레 포르케테(Tre Forchette)’랍니다. 이탈리아의 가장 권위있는 와인·음식 전문 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1991년부터 발간한 가이드로 트레 포르케테는 3개의 포크를 의미해요. 미쉐린 3스타와 같은 개념이죠. 미쉐린 가이드처럼 이탈리아 고급 레스토랑들의 수준을 포크, 새우(감베리·Gamberi), 피자조각(스피치오·Spicchio) 기호로 평가하는데 이탈리아의 우수한 레스토랑 2000여곳과 대중음식점, 와인바, 식음료 시설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는 ‘탑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라운드 더 월드(Top Italian Restaurant Around The World)’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탈리아에 국한하지 않고 전세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뛰어난 곳을 선정하고 있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주요국으로 퍼져 나간 것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 단, 이탈리아 레스토랑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좀 다릅니다. 따라서 정통 이탈리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선정하며 레스토랑에서 비스트로, 트라토리아, 와인바 등 약 800여곳을 선정해 가이드에 수록합니다.

◆이탈리아 와인 선정의 기준 ‘트레 비키에리’

감베로 로쏘는 1987년부터 매년 우수한 이탈리아 와인을 선정해 발표하는 와인 가이드 빈 이탈리아(Vini d’Italia) 즉, ‘이탈리아 와인(Wines of Italy)도 발간하고 있는데 베스트 셀러가 될 정도로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들의 필독서입니다. 특히 와인 글라스 1∼3개로 평가하는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는 이탈리아 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와인 전문가들이 매년 이탈리아 전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시음하고 생산자들을 인터뷰해 최종 선정한 와인들을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36번째 에디션인 ‘비니 이탈리아 2023’에는 와이너리 2626곳의 와인 2만5421종의 리뷰를 수록했으니 정말 방대한 이탈리아 와인 정보네요. 올해는 와인 455종이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습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 상황에도 많은 생산자들이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비니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어 외에도 영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발간됩니다. 한국 와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어 버전도 나온다면 소비자들이 이탈리아 와인을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
와인21닷컴 제공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

이런 감베로 로쏘는 2007년부터 매년 월드 투어를 통해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와인전문매체 와인21닷컴과 함께 매년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를 열고 있는데 코로나19로 행사가 중단된 지 3년만인 10월 28일 성대하게 진행됐습니다. 서울 행사는 올해로 9번째입니다.

한국을 찾은 루이지 살레르노(Luigi Salerno) 감베로 로쏘 대표

페데리코 파일라(Federico Failla) 주한 이탈리아 대사
와인21닷컴 제공

뜨거운 한국 와인시장을 반영하듯, 루이지 살레르노(Luigi Salerno) 감베로 로쏘 대표가 직접 한국을 찾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페데리코 파일라(Federico Failla) 주한 이탈리아 대사, 페르디난도 구엘리(Ferdinando Gueli) 주한 이탈리아 무역관장도 참석해 환영사와 축사를 했습니다. 파일라 대사는 “지금은 한국 와인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와인을 통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으니 감베로 로쏘 행사에서 이탈리아 각 지역의 문화를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구엘리 무역관장은 “현재 와인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다”며 “이탈리아 와인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도 좋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저

LE ROCHE MALATESTIANE 전통방식 스푸만테를 소개하는 관계자.

이날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에는 와이너리 64곳 와인 250여종 선보였습니다. 또 음식와인전문기자이자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마르치오 타체티(Marzio Taccetti)와 김상미 와인21닷컴 기자가 진행한 심도 있는 마스터 클래스도 세차례 열려 마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듯, 다양한 지역의 떼루아를 살펴보고 다양한 토착품종과 국제품종으로 빚은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주 트레비소(Treviso) 발도미아데네(Valdobbiadene)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대표 스파클링 프로세코에서부터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생산되는 레드 스파클링 람브루스코가 선보였습니다.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 Marzio Taccetti, 김상미 와인21닷컴 기자

또 시실리아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네로 다볼라, 이탈리아 와인의 심장 토스카나에서 산지오베제 품종을 빚는 키안티 클라시코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수퍼투스칸이 생산되는 볼게리와 마렘마 와인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부르쪼의 대표 품종 몬테풀치아노, 이탈리아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바롤로를 만드는 네비올로 품종, 아스티를 대표하는 바르바레 품종, 포도를 건조해서 만든 아마로네, 풀리아 지방을 대표한 ‘팜므파탈’ 품종 프리미티보 등 거의 이탈리아 전 지역의 와인이 소개돼 이탈리아 와인의 품종과 특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23 TOP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국 부문’ 수상자도 선정됐습니다. 파인다이닝 부문에서 츄리 츄리(Ciuri Ciuri)와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가 2포크를 받았고 보칼리노(Boccalino)와 알 척(Al Choc)은 1포크 레스토랑으로 뽑혔습니다. 피자 부문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가 2피자조각을, 핏제리아오(Pizzeria O)가 1피자조각을 받았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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