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쇼크 안긴 흥국생명, 뒤늦은 콜옵션 행사에도 불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입장 번복
은행권 RP 발행 자금 조달 추진
[더팩트│황원영 기자] 금융시장에 쇼크를 안긴 흥국생명이 뒤늦게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키로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에 이번 콜옵션 사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은 가라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의 신뢰도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9일)을 이틀 앞두고 이를 예정대로 행사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광그룹(흥국생명의 모회사)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이달 1일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유예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11월 싱가포르 거래소를 통해 연 4.475%의 금리로 발행됐다.
금융사가 통상 자본 확충 목적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인데다가 콜옵션 행사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첫 번째 콜옵션 행사일에 상환해왔다. 조기상환 유예가 암묵적인 디폴트(부도)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흥국생명은 당초 3억달러(약 42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해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
이 같은 결정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Korean Paper)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와 신뢰가 크게 악화됐다. 한국물은 한국 정부·금융기관·기업이 해외에서 외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든 형태의 증권을 말한다.
신뢰도 하락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부도 위험을 키웠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CDS프리미엄 평균은 75bp(0.01bp=1%포인트)로 지난해 말(22bp)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개별 지주사별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CDS프리미엄이 지난해말 22bp에서 지난 4일 77bp로 급등했고 KB금융지주는 22bp에서 75bp로 올랐다. 신한금융은 24bp에서 73bp로 상승했다.
CDS프리미엄은 2017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 파산, 지급불이행 등으로 손실이 났을 때 이를 보상하는 일종의 금융파생상품이다. CDS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도 커진다.
4대 금융지주들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8544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호실적에도 금융지주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진 것은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와 흥국생명의 콜옵션 연기로 국내 금융시장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급등으로 시중은행 차주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며 CDS프리미엄에 반영된 영향도 더해졌다.
흥국생명의 신뢰도도 하락했다. 콜옵션 미행사 공시 이후 나흘간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약 260bp 상승했고 가격은 27.5% 폭락했다. 사실상 거래 절벽이 나타난 것이다.
다른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도 모두 하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지난달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같은 기간 87.5달러에서 77.8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투자심리 하락과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우려가 지속 제기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흥국생명 사태로 한국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윤 S&P 글로벌 이사는 "금리 상승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한국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과 차환을 통한 조달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1월부로 적용되는 새로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흥국생명이 예정대로 콜옵션 행사에 나섰지만, 시장에 한국 자금시장이 경색됐다는 신호를 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은 "당사의 기존 결정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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