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냉각 우려에도 백화점 ‘빅4′는 고공행진... 3분기 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롯데는 영업익 흑전, 신세계·현대는 영업익 51%·65%씩 증가
“4분기에도 보복소비 이어질 것... 내년부터는 성장 둔화 불가피”
고(高)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우려에도 올해 3분기 백화점업계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속된 명품의 인기에 고마진의 패션 상품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일각에선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소비 지출 분산으로 3분기부터 성장이 둔화할 거란 전망도 나왔으나, 공개된 성적표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3분기 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17% 증가한 7689억원,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여성(30%), 남성·스포츠(19%) 등 고마진 패션 상품군의 매출 호조로 기존점 매출이 17%가량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3419억원, 영업이익은 3213억원으로 각각 14%, 124% 증가했다. 4분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광주·대구·대전 등 별도 법인을 포함한 백화점 사업 부문 매출이 6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94억원으로 51% 신장했다.
신세계 역시 명품(22%)과 함께 여성(27%), 남성·스포츠(24%) 등 패션 상품 매출이 고르게 증가했다.
지방 점포의 성적도 좋았다. 작년 8월 말 개점한 대전점은 3분기 영업이익이 5억원으로 전년(-62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고, 올해 3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3대 명품을 모두 입점한 대구점은 영업이익이 19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1%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81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518억원으로 58%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560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영업이익은 965억원으로 65%가량 증가했다. 패션·스포츠·화장품 등 고마진 상품군의 고성장 추세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매출총이익률 개선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1조692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2842억원으로 42% 늘었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고,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상반기를 포함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가량 줄었다. 광교점을 중심으로 감가상각비가 영업이익에 반영된 데다, 마진이 낮은 명품 중심의 외형 성장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불패 어디까지? 내년 1분기부터 성장 둔화 불가피
소비 둔화 우려에도 백화점업계는 4분기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은 고가의 소비 채널로 경기 변화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VIP 비중이 높고 럭셔리 브랜드를 풍부하게 보유한 점포일수록 현재의 성장성이 유지될 거란 관측이다.
여기에 고수익성 카테고리인 패션·잡화 수요 회복이 당분간 이어지리란 전망도 기회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마진인 의류 상품군의 양호한 성장이 올해 4월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의류 구매 흐름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까지는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크게 하락했던 잡화(화장품)·식음료(F&B) 또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양호한 성장을 이어가며, 명품 카테고리의 성장률 둔화를 상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2019년 연평균 1%대에 불과했던 백화점 성장률은 2021년 24%, 2022년(1~9월) 17%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전례 없는 고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3%)을 바탕으로 사치성 소비재 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을 5%로 가정했다”라며 “소비 둔화 우려도 있으나,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해외 소비 제한으로 둔화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화점업계도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보복소비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가 피부로 느껴질 것”이라며 “경기를 타지 않는 명품이 집객과 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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