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체험시설 화순키즈라라, ‘임시 사용승인’ 시설로 전락하나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2022. 11. 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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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라라, 보완 요구 사안인 지붕재 시공 사실확인서 업체 거부로 제출 못해
전체시설 ‘임시 사용승인’이나 최악의 경우 체험관 제외한 반쪽 개장 우려도
화순군 관계자 “절차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선 사용승인 내줄지 확언할 수 없어”

(시사저널=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전남 화순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체험시설 키즈라라가 개장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건축물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임시 사용승인 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키즈라라는 오는 11일 개장식을 한 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화순군이 건축물 사용 승인을 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키즈라라 측이 준공을 위한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허가관청인 화순군의 보완 요구라는 암초를 만나면서다. 최악의 경우 전체 시설이 임시사용 승인 상태에서 개장한 후 가동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가오픈 행사 첫날인 7일 오전, 전남 화순 도곡 온천지구 내 키즈라라를 찾은 어린이들이 인솔 교사의 안내에 따라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정성환

11일 개장 목표 '사용승인' 속도전…화순군의 '보완요구' 암초에 좌초 위기 

8일 화순군과 키즈라라 등에 따르면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경영업체로 선정된 (주)키즈라라는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8128㎡ (2459평) 규모로 총사업비 290억여 원을 들여 어린이직업체험관을 건립했다. 

지난 2020년 12월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 공사를 완공한데 이어 최근 내부 체험관과 키즈카페 조성도 완료했다. 현재 이 시설은 1층 체험관을 제외한 1층 홀과 키즈카페, 2층 사무실이 임시사용 승인된 상태다. 개장을 위해서는 시설의 본체격인 1층 체험관에 대해 본 사용승인이나 임시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인 화순군이 사용 승인을 내 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키즈라라가 본격 개장일인 12일까지 화순군이 요구한 서류 보완을 지킬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키즈라라는 지난달 중순 감리 완료보고서를 제출하며 준공을 위한 사용승인 신청을 했다. 그러나 승인권을 쥔 화순군은 보완을 요구하며 한달 남짓 사용 승인을 미루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허가관청은 건축물이 허가 또는 신고한 설계도서대로 시공되었는지 여부와 감리 완료보고서, 공사 완료도서가 적합하게 작성되었는지를 검사한 뒤 사용 승인을 내주도록 돼 있다. 건축주는 신청 시 건축법에 따르면 공사 감리자가 작성한 감리 완료보고서와 준공도면, 개별 준공필 등을 첨부해야 한다.  

우선 해당 건축물이 신고한 설계도서대로 시공했는지가 사용 승인 판단의 1차적 열쇠다. 키즈라라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건축물 지붕재 시공이다. 지붕이 설계도서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다. 이는 화순군이 함구하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사용승인을 위해 보완을 요구한 핵심 사안으로 관측된다.

애초 시공업체 A사가 건축물 지붕을 글라스울로 시공했으나 천정 누수를 둘러싸고 업체와 마찰을 빚던 키즈라라 측이 독단적으로 설계도서와 다르게 재시공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키즈라라 관계자들이 대구 소재 A업체를 찾아가 '원래 설계대로 지붕재가 시공됐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업체는 바뀐 현재의 지붕을 자신들이 시공한 바 없다며 완강하게 결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즈라라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키즈라라 측이 건축물 천정 누수 원인을 놓고 업체에 민사소송(3억원)을 제기하면서 화순군이 발주한 지붕 덧(씌움)시공 공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당초 설계도서대로 시공되지 않았고, 그럼에도 키즈라라 측의 무리한 사실확인 요구에 대해 A건설사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리 완료보고서 작성자의 적격성도 논란거리다. 키즈라라는 건축물 사용 승인을 신청하면서 건축사가 작성한 감리 완료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건설기술진흥법상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 관람시설 및 전시시설 공사에 해당되는 키즈라라의 경우 건설사업관리가 필수적으로, 감독권한대행이 감리 완료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감리는 지난해 2월 말까지 B엔지니어링사가 건설사업관리단을 구성해 감독권한 대행을 했다. 반면에 그해 3월 이후 내부 시설공사는 C건축사무소가 감리를 맡았고 사용승인 신청시 감리 완료보고서를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공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원래 단순 전시공사는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키즈라라 내부 체험관은 대부분 고정 시설물이고, 일부 복층 시설도 포함돼 있어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화순군이 사용승인을 할지 말지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키즈라라를 불법공사로 고발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게 더 급선무인 것 같다"고 일침을 놨다. 

전남 화순 도곡온천지구 내 어린이 체험시설 키즈라라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전체 시설 '임시 사용 승인'으로 개장할 가능성 높아…'임시 사용승인 시설로 전락' 비난 쏟아질 전망

이처럼 건축법 상 사용 승인을 위해 필요한 여러 사안이 미비한 가운데 화순군이 사용승인을 내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키즈리라 건축물 사용 형태는 크게 세가지 경우의 수로 나눠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용승인 신청이 반려될 수 있다. 다음으로 현재의 시설 일부만 당장 개장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야외 잔디밭 광장과 1층 홀, 키즈카페, 2층 사무실 공간 등이 내년 3월까지 임시 사용승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핵심시설인 체험관이 제외돼 반쪽 개장 논란과 함께 주객전도 시설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체험관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이 나면 전체 시설의 개장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안전이 중시되는 어린이체험시설이 임시 사용승인 시설로 전락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 화순군은 요구한 보완 서류가 들어오면 건축법에 따라 공사가 제대로 완료됐는지 등을 살피고, 관계부서 협의 등을 거쳐 사용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화순군 관계자는 "키즈라라 측에 보완을 요구했던 사안 중 일부 서류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은 맞다"며 "지금은 미비 사항을 챙기고 있는 단계여서 사용 승인 여부를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이 보완을 요구한 사항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 상태에선 (윗선에) 결재를 올릴 수 없다"며 "임시 사용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즈라라는 전남 화순군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폐광대체법인이다. 지난 2012년 1월 화순군의 광산지역 석탄산업 위축이 지속되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설립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원을 출자했다. 

당초 2020년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그간 수차례에 걸쳐 수차례 미뤄졌다.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 등이 개관에 영향을 끼쳤다. 또 관할 관청 허가 없이, 비전문가가 건설사업관리를 맡아 내부 공사를 진행하는 등 불법공사 의혹으로 키즈라라 관계자들이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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