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유통 미래는②]위기의 아동복·완구…프리미엄으로 돌파구
기사내용 요약
한때 최고 인기 누렸던 유아동 브랜드 외국 자본에 속속 넘어가
성장 가능성 높은 해외시장 진출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영유아 인구 절벽에 유아동 브랜드의 '비명 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률이 해마다 최저치를 갈아 치우면서 장수 유아복 브랜드나 장난감 업체들의 오프라인 매장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 봉착한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 자본에 지분을 넘기며 손을 털거나 주력 사업을 바꾸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형·장난감 관련 제조업체의 생산액은 2003년 3705억원에서 2019년 2806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엔 통계조차 작성되지 않고 있다.
사업체 수도 이 기간 219개에서 69개로 줄었다. 10곳 중 7곳이 사라진 것이다. 저출산으로 내수 시장이 쪼그라든데다 국내 생산 비용마저 급증하면서 대부분 완구 업체가 폐업하거나 해외로 이전한 결과다.
저출산으로 위기에 몰린 건 완구산업 뿐 아니다.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거의 모든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2000년만 해도 64만 명에 달했던 국내 신생아 수가 2010년 47만 명, 2020년 27만 명으로 급감하면서다. 일부 업체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로 떠나거나 아예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토종 장남감 업체 줄줄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
한때 국내 '장난감 대통령'으로 불렸던 손오공은 지난 2016년 '바비인형'으로 친숙한 미국 완구회사 마텔에 경영권을 넘겼다. 최대주주였던 최신규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의 장난감 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해 보유 지분 12%를 매각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다.
손오공과 함께 업계 선두권을 다투던 영실업도 2009년 변신로봇인 '또봇'을 출시해 유명세를 탔지만 창업주 김상희 전 대표자 2012년 말 경영권과 보유 지분을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해드랜드캐피털 파트너스'에 넘겼고, 이후 2014년 5월 다시 홍콩계 사모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으로 경영권이 재매각됐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국내 시장의 영업 환경 속에서 장난감이나 유아용품 업체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국내 기업들이 히트작 출시로 브랜드 인지도와 몸값이 높아질 때 외국 자본에 지분 매각에 속속 나서는 것이다.
'에잇포켓(8-pocket·한 아이를 위해 8명이 주머니를 여는 것)' 트렌드가 저출산에서 오는 장난감 소비절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난감의 주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줄고 있다는 것은 업계가 바꿀 수 없는 부정적 환경이다.
장난감 업계 뿐 아니라 토종 유아동 용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아가방앤컴퍼니다.
국내 영유아동복 시장을 대표했던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에 넘어갔다. 1979년부터 35년간 유아용품업계 1인자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당시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랑시그룹의 한국법인인 라임패션코리아에 320억원을 받고 지분을 매각했다.
실적 악화의 주된 이유는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였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유아동 용품 관련 소비 규모도 급감하게 됐고, 이로 인해 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주인이 바뀐 아가방앤컴퍼니는 타개책으로 해외 진출을 내세웠다.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또 다른 유아동용품 브랜드는 서양네트웍스다. 1991년 서양물산이라는 상호로 설립된 서양네트웍스는 2013년 블루독, 알로봇, 룰라비, 데님인더박스 등의 영유아동복 브랜드를 보유한 홍콩 기업인 리앤펑에 팔렸다.
토종 아동복 브랜드의 대명사 ‘해피랜드 코퍼레이션(옛 해피랜드)’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전국 대형마트에 입점함 160여 개 유아복 매장을 정리하고 한때 10여 개에 달했던 유아복 브랜드를 2개로 줄였으며 대형마트에서 100~200개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던 제로투세븐은 아예 지난 8월 패션사업부문 영업을 종료했다.
◇해외 진출이나 프리미엄 시장 공략하며 돌파구 찾아
벼랑 끝에 선 유아동 관련 업체들은 해외진출이나 수요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며 살 길 모색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소득 상위 20%에서 약 13조 원의 유아용품 시장이 형성돼 있다. 2조 원 이하로 추산되는 한국 전체 유아용품 시장의 6배가 넘는 규모다.
현지 유아동 관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산업전망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아동복 시장은 한 자녀 정책 폐지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향후 5년 후에는 55조원 규모에 도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유아복 브랜드 ‘해피랜드’의 경우 지난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쇼핑몰에 1호점을 오픈하고 올해 안에 2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지난해부터 면세점 입점을 늘리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한 명의 아이만을 위한 ‘통 큰’ 소비도 이어지면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는 해외 명품 등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강남점 10층에 '베이비 디올' 매장을 열었다. 유모차 신발 의류 등 신생아부터 10대 청소년까지 겨냥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서울 잠실점에 '나이키 키즈 메가스토어'를 개장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다양한 형태의 나이키 매장이 있었지만 아동을 겨냥한 전문 매장은 처음이다. '나이키'는 명품에 견줄 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고 마니아층도 두텁다. 이 외에도 롯데백화점엔 ‘몽클레어 앙팡’ ‘버버리 칠드런’ ‘지방시 키즈’ 등이 입점해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에서 톰브라운 키즈 팝업스토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톰브라운에서 처음으로 전개하는 아동복 라인을 명품관에서 단독 선보이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추세에 국내 아동복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라인 출시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올 초 프랑스 명품 아동복 '타티네 쇼콜라'를 전격 인수한 보령메디앙스는 내년 봄시즌을 겨냥해 미국 유명브랜드 '오시코시 비고시' 아동복도 신규 론칭했으며 서양네트웍스도 프리미엄 라인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조부모·이모에 주변 지인까지 한 아이만을 위해 소비하는 ‘텐 포켓’ 현상이 프리미엄 아동복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저출산 영향으로 유아복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아동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은 증가하고 있어 고가 아동복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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